美, 원유·가스 생산량  러시아 제쳤다
미국이 올해 안에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에서 원유와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단일 국가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셰일가스(퇴적암에 매장된 가스) 붐으로 미국의 가스 및 원유 생산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러시아의 생산량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아직 수압파쇄법을 통한 셰일가스 추출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원유와 천연가스 양은 2200만배럴로 추정된다. 러시아의 원유 및 가스 생산량은 하루 2180만배럴 수준으로 러시아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미국의 생산 속도가 이미 러시아를 앞지른 셈이다.

천연가스 생산에서는 미국이 이미 지난해 러시아를 앞질렀다. 1982년 이후 처음이다.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유럽 경기가 침체되면서 러시아의 생산량이 줄어든 탓이다. 원유에서도 수년 전 하루 수백만배럴에 달하던 생산량 차이가 올해 상반기에는 90만배럴로 줄었다.

이 같은 변화는 에너지 시장 구도뿐 아니라 세계 거시경제 지형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미국의 천연가스 및 원유 수입량은 셰일가스 붐에 힘입어 지난 5년간 각각 32%, 15% 줄었다. 이는 미국이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반면 경제와 정치 모두 에너지에 의존해온 러시아는 시장 지배력을 잃어가고 있다. 러시아는 정부 예산의 40%를 원유 및 천연가스 관련 관세와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러시아의 원유 수출은 2015년 이후 25~3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1000억달러 정도 감소할 것으로 러시아 과학에너지연구소는 추정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동 산유국들은 미국의 셰일가스 붐이 거품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셰일가스와 석유 시추에 쓰이는 수압파쇄법과 수평정시추는 일반 시추에 비해 비용이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원유 등 상품가격이 하락하면 생산량도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수질오염의 위험이 커 여론의 반대가 심해지고 있는 것도 셰일가스 붐의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