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기소된 의사들에게 무더기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7부(부장판사 성수제)는 동아제약으로부터 대가성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의료법 위반)로 기소된 김모씨 등 의사 19명에게 30일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의약품시장 리베이트로 약값이 외국에 비해 비싸고 증가율도 높다”며 “의약품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 보호를 악화한다는 점에서 폐해가 크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동아제약이 준 돈은 정당한 강의료 또는 설문조사 응답 비용”이라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동아제약은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시기에 맞춰 강의시스템 ‘M-라이브러리’와 설문조사 ‘M-리서치’를 시작했다.

재판부는 “영업사원이 거래한 병원 의사 중에서 강의나 설문조사 대상자를 선정했다”며 “강의 내용과 비용도 미리 결정돼 지명컨설팅(중계업체)에 통보했고 지명컨설팅은 그에 맞춰 동영상 강의 등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의사들에게 징역형 없이 벌금 800만~3000만원에 추징금 1000만~36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리베이트를 준 혐의로 함께 기소된 동아제약 임직원에겐 최고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는 선에서 그쳤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불법 리베이트 근절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의사들만 선의의 피해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 리베이트 쌍벌제


제약사나 의료기기 업체가 의사에게 제품 사용을 권하며 금품 향응을 제공하면 양측을 모두 처벌하는 제도. 리베이트 비용으로 약값이 비싸지는 것을 막기 위해 2010년 11월 시행됐다. 이전에는 리베이트 제공자만 처벌했다.

양병훈/이준혁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