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주·초선)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을 저지하기 위해 21시간 넘게 마라톤 연설을 했다. 미국 역사상 최장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3시간 못 미치는 기록이다.

공화당 극우파 티파티의 후원을 받고 있는 크루즈 의원은 지난 24일 본회의에서 오후 2시41분부터 이튿날 낮 12시까지 무려 21시간19분 동안 연단에서 발언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오바마케어 관련 예산을 포함한 2014회계연도 잠정 예산안을 처리하려고 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홀로 시위’를 벌인 것이다.

그가 필리버스터에 나선 동안 공화당 의원 8명이 자리를 지켰고 몇몇 민주당 의원이 남아 질문을 던지기도 했으나 의석은 거의 다 비어 있었다.

그가 연설 내내 오바마케어에 대해서만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쿠바 난민 출신 아버지가 요리사로 일했던 이야기, 심지어는 늦은 밤까지 TV를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라면서 닥터 수스의 고전 동화 ‘녹색 달걀과 햄’을 읽기도 했다.

상원의원 5분의 3(60명)이 찬성하면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킬 수 있다. 공화당 지도부는 오바마케어에는 반대하지만 잠정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정부 폐쇄에 따른 비난을 우려해 크루즈 의원의 강경 기조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결국 양당이 타협, 크루즈 의원의 필리버스터는 25일 낮 12시에 끝났다. 그가 연단에서 내려오자마자 상원은 잠정예산안을 전체 투표에 부칠지를 결정하는 절차 표결에 들어가 찬성 100표의 만장일치로 가결 처리했다. 크루즈 의원도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드러나자 공화당 의원들조차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그는 그에게 연설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