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속살해 매년 증가 추세…뚜렷한 대책 없어

인천 모자 살인사건이 모친과 돈 문제로 사이가 좋지 않던 차남의 범행으로 밝혀지면서 부모나 형제 등 친족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패륜 범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친족에 의한 패륜범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지만, 가족 간 윤리와 도덕성 상실을 탓하는 지적만 있을 뿐 뚜렷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1990년대 중반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서울 삼성동 한의원장 부부 살인사건의 범인은 장남이었다.

미국 유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귀국한 장남 박모(당시 23세)씨가 도박빚을 갚아주지 않는 부모에게 앙심을 품은 것이다.

그는 부모를 흉기로 수차례 찌른 뒤 강도로 위장하기 위해 부모의 시신에 불을 질렀고,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다니다가 16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1999년 경남 마산에서는 약국을 운영하던 부부가 아들 김모(당시 29세)씨에 의해 숨졌다.

부모를 모두 살해하고 불을 지른 김씨는 화재가 난 집에 다시 뛰어들어 실신하는 연기를 하는 등 범행을 숨기기 위한 치밀함도 보였다.

2천년대 들어서도 패륜범죄는 끊이지 않았다.

토막 살해 등 범행 수범은 더욱 잔인해 졌다.

2000년 5월 경기도 과천에서는 50대 부부의 시신이 비닐봉지에 담긴 채 한 공원 쓰레기통에서 발견됐다.

범인은 숨진 부부의 차남 이모씨(당시 24세)로 밝혀졌다.

이씨는 당시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차례로 살해했다.

인천 모자 살인사건의 피의자 차남 정모(29)씨도 형의 시신을 토막 내 비닐봉지에 담아 암매장했다.

지난 8월 경기도 수원에서는 재산을 노리고 친구들과 공모해 아버지를 살해하고 저수지에 버린 '인면수심'의 20대 패륜아들이 경찰에게 붙잡히기도 했다.

형법 제250조 2항은 직계존속을 살해한 경우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일반 살인죄보다 처벌규정이 무겁다.

이 때문에 지난 2011년부터 형법의 존속살해죄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 8월 자신의 부모 등 직계존속을 살해한 경우 일반적인 살인죄보다 무겁게 처벌하도록 한 '존속살해죄' 조항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패륜 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피의자는 최근 4년여간 10만 명이 넘는다.

지난 2012년 경찰청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는 존속 살해는 2008년 45건, 2009년 58건, 2010년 66건, 2011년 68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경찰과 전문가들은 끊이지 않는 패륜범죄에 대해 생명경시 풍조나 물질만능주의를 지적한다.

그러나 이들도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25일 "패륜범죄가 갈수록 늘면서 범행 수법도 점점 치밀하고 흉악해지고 있다"며 "가정의 도덕성 위기는 단시간에 해결되지 않는 만큼 국가가 책임지고 어릴 때부터 인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