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안갯속으로] 美경제 새 뇌관은 '정치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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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공화, 2014년 예산안·정부 부채한도 증액 '평행선'
이달 예산안 합의 못하면 연방정부 일시 폐쇄 위기
채무한도 협상도 난항…'디폴트 위기' 재연 우려
이달 예산안 합의 못하면 연방정부 일시 폐쇄 위기
채무한도 협상도 난항…'디폴트 위기' 재연 우려
![[글로벌 금융시장 안갯속으로] 美경제 새 뇌관은 '정치 리스크'](https://img.hankyung.com/photo/201309/AA.7863673.1.jpg)
미국 정치가 또다시 글로벌 경제의 뇌관으로 등장했다. 미 의회는 이달 말까지 2014회계연도(10월1일~내년 9월30일) 예산안을 확정하고 내달 중순까지는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확대해야 하지만 민주·공화 양당이 정면 대치하며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막판 극적 타결을 하지 못하면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
○연방정부 폐쇄 위기
의회가 이달 말까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상당수 연방 정부 기관은 예산집행을 할 수 없어 문을 닫아야 한다. 공화당은 ‘건강보험개혁법(일명 오바마케어)’ 관련 예산의 전액 삭감을 요구하고 있으나, 백악관과 민주당이 거부하면서 협상이 겉돌고 있다.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지난 20일 오바마케어 관련 예산을 모두 뺀 2014회계연도 잠정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연방정부 일시 폐쇄를 막아놓고 민주당과 예산안 처리를 협상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은 하원이 마련한 잠정예산안을 인정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달 말까지 협상이 결렬되면 연방정부는 일시 폐쇄되고 공무원 봉급 중단 등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게 된다.
백악관은 예산안 협상 결렬에 대비해 모든 정부 기관에 대책 마련을 지시해 놓은 상태다. 1970년대 이후 17차례 연방정부가 일시 폐쇄된 적이 있다. 1995년 빌 클린턴 행정부 때도 21일간 정부 운영이 중단됐었다.
작년 9월에도 2013회계연도 예산안 협상에 실패해 6개월간의 잠정 예산안을 통과시킨 뒤 회계연도가 시작된 지 6개월이나 지난 올해 3월에서야 예산안을 늑장 처리했다.
○재연되는 ‘디폴트 위기’
연방정부 일시 폐쇄는 세계 경제에 간접 영향을 주지만, 디폴트 위기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직접 타격을 주는 요인이다. 미 연방정부의 부채는 현재 16조7000억달러로 법정 채무한도에 도달했다. 재무부가 임시 자금으로 버티고 있지만 10월 중순이면 바닥난다. 국채를 더 발행할 수 없어 국채 이자 등을 제때 갚지 못하는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2011년에도 정치권 대립으로 부채한도 상향조정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당시 국제 신용 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사상 최초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 증시가 급락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큰 혼란을 겪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의 부채한도를 올리지 않는 것은 아주 멍청한 짓”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오바마케어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등 예산을 감축하지 않으면 부채한도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의회가 부채 상한선을 올리지 않으면 미국은 부도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신용과 신뢰를 볼모로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치는 운전자가 없는 차가 가드레일 없는 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다”며 “정치권이 끊임없이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