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적인 목표에 불과하다.” vs “달성 가능한 수치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기준으로 삼은 내년 성장률 3.9%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4%대 성장이라는 기존 전망이 장밋빛이라는 비판을 비켜가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과 국내외 연구기관의 전망과도 일치하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반론이 엇갈리고 있다.

2014년 정부 예산안으로 본 경제전망…4%성장 비판의식 3.9%로 '비켜가기'

○“세 마리 토끼 다 잡는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삼은 목표는 세 가지다. 하반기 미약한 회복세를 극복하고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재정 지출 확대와 대선 공약의 차질 없는 이행, 재정 건전성 유지가 바로 그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10조원의 세수 부족이 발생할 정도로 세입 여건이 불안한 상황에서 세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한다는 것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었다.

정부는 그러나 내년 실질 성장률 3.9%, 명목성장률 6.5%를 전제로 이 같은 목표를 충족시키는 예산안을 내놨다. 총 지출 증가율을 지난해와 비슷한 5% 수준으로 유지함으로써 경기 대응을 위한 확장형 예산으로 편성하면서도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복지 확대와 일자리 확충이라는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것.

정부는 이 같은 방침에 따라 복지와 고용 지출을 지난해 본예산 기준 97조원에서 105조원으로 늘리는 대신 사회간접자본(SOC)과 산업·에너지, 환경 등 다른 부문의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기획재정부는 재정 건전성 역시 내년 성장률이 3.9%를 기록할 경우 올해보다 악화되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적자재정 비율이나 국가부채 비율 등 재정 건전성 지표가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좌우되는 만큼 성장률 확충을 통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

기재부 관계자는 “명목성장률 6.5%를 기준으로 한 내년 GDP는 1410조원에 달한다”며 “이 때문에 내년 재정적자가 25조원에 달하더라도 국가부채 비율은 올해와 같은 36% 선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무사통과 가능할까

문제는 내년 성장률이 정부 예상치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여부다. 3.9% 성장률을 전제로 한 예산은 내년에 집권 2년차를 맞이하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물론 경제팀의 진퇴와 맞물려 있다.

당장 국회에서는 철저한 검증을 벼르고 있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현안보고에서 민주당은 물론 기재부 출신의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조차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을 너무 높게 보고 있다”며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여러 가지 경제 상황이 변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4% 경제성장률 실현이 가능하다”며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3.9% 전망은 한국은행(4.0%)보다 낮고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의 예상치와 일치한다”며 “객관적인 전망을 토대로 작성한 수치”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