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도 넘은 '안티 삼성'
“삼성의 베끼기는 도가 지나치다 못해 노골적.”(네이버ID mike) “삼성은 모방으로 살아남았고 성장해왔다.”(다음ID poibos)

최근 영국의 세계 최대 진공청소기업체 다이슨이 삼성전자에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는 기사에 대한 네티즌들 반응이다. 기자가 쓴 특허 소송 기사에 붙은 550건의 댓글 중 90% 이상은 삼성을 비난하는 것이었다.

다이슨이 자사 청소기의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걸었다는 기사 내용에 비춰 네티즌들의 반응은 너무 앞서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소장 내용은 구체적으로 공개된 바 없고 영국 법원의 재판 일정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네티즌들은 이미 삼성의 ‘모션 싱크’가 다이슨 제품(DC37)을 베꼈다고 단정짓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소송 대상이 디자인이 아니라 실린더 부품인 볼(ball) 기술임에도 “어쩐지 (양사 제품이) 비슷하게 생겼더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댓글을 다는 네티즌들은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해 반응하는 경향을 띠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 경제를 이끄는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한 공세를 접하면 국내 반기업 정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은 국부를 창출하는 원동력이다. 전 세계인이 쓰는 휴대폰이나 TV 네 대 중 한 대엔 삼성 로고가 박혀 있다. PC나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 점유율은 지난해 35%를 넘었다. 삼성전자가 연구개발(R&D)에 쏟는 투자비는 올해 13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반도체와 TV, 휴대폰 세계 시장에서 탄탄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삼성이 2015년까지 생활가전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야심작으로 내놓은 청소기 신제품이 바로 ‘모션 싱크’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이 어느 나라 기업인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밤을 새워 R&D를 하다가도 반기업 정서를 접하면 힘이 빠진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법인세로 6조697억원을 냈다. 고용은 9만3000여명이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결국 승자는 시장에서 결정한다. 애플과 싸워 스마트폰에서 저력을 보여줬듯, 청소기 시장도 석권해서 네티즌들의 섣부른 지적이 잘못됐다는 점을 증명하길 바란다.

윤정현 산업부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