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기부금 세제혜택 축소 타당한가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려야 할까, 줄여야 할까. 정부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세법을 개정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세제 혜택 축소는 2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작년 말 세법 개정을 통해 올해 특별공제종합 한도를 2500만원으로 제한했다. 기부금은 물론 의료비, 교육비 등 8개 특별공제 항목을 묶어 최대 2500만원까지만 소득공제를 해준다. 정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 내년에는 아예 기부금 소득공제를 세액공제(세액공제율 15%)로 전환하기로 했다.

가령 연봉 10억원의 고소득자가 교회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면 작년에는 최대 5000만원을 소득공제받아 연말정산 때 1900만원(세율 38% 적용)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올해는 특별공제 한도에 묶여 2500만원까지만 소득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연말정산 환급액은 최대 950만원으로 제한된다. 내년에는 기부금 5000만원에 대해 15%의 세액공제율이 적용돼 750만원만 돌려받는다.

고액 기부자와 기부금 관련 단체들은 “가뜩이나 열악한 한국의 기부 문화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 일부에서도 이런 지적에 수긍해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리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세금이야말로 최상의 기부”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복지 확대를 위해 세수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라는 논리다. 일부에서 허위 기부금 영수증을 끊는 방식으로 탈세가 만연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기부자 모임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인 박점식 천지 세무법인 대표와 정부 입장을 지지하는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가 찬반토론을 벌였다.

주용석/강경민 기자 hohoboy@hankyung.com

찬성 세금 내는 게 최상의 기부…세수 확대 위해 불가피

[맞짱 토론] 기부금 세제혜택 축소 타당한가
기부금에 대한 세제 지원 수준을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부 행위에 대한 과거의 다소 관대한 세제 지원이 올해부터 축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자선이나 기부의 긍정적인 기능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고 사회적으로 이를 장려하는 것도 당연하다.

기부가 커다란 사회적 편익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미성숙된 상태에 놓여 있다면 정부는 세제 혜택을 통해서라도 기부 문화 활성화에 개입할 정책적 명분이 생긴다. 정부가 지원하는 세제 혜택은 일차적으로는 기부자와 기부단체에 배분된다. 기부자는 적은 비용으로 큰 보람과 만족을 얻을 수 있고 기부단체는 정부가 포기한 세수의 일부를 지원받는 효과를 누린다. 기부단체가 기부금을 사회의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요긴하게 쓰면 최종적으로 정부 세제 지원의 혜택은 우리 사회 구성원 다수에게 크게 확대된다.

기부 행위에 정부가 세제 혜택을 제공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 같은 경제 논리는 이미 잘 알려져 있고 현재 진행 중인 논쟁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정부가 얼마만큼의 국민 혈세를 내놓아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답이다. 최선의 답안이 무엇일지는 저마다 구체적인 내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복지수요 늘지만 증세 힘들어…범국민적 고통분담 필요

이 문제를 해결해나갈 기본 원칙은 단순하고 명백하다. 먼저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국가적인 정책과제 중에서 기부 문화 활성화가 차지하는 우선순위를 냉정히,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그 우선순위에 따른 정책적 중요성에 비례해 조세 감면과 세출 예산을 포함한 전체 재원의 일부를 기부 지원 활동에 배분하는 것이다.

기부 활성화의 정책적 우선 순위를 평가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지난 대선 이후 각 당이 백가쟁명 식으로 제시하고 있는 일련의 경제·복지 정책을 살펴보라. 국민적 합의나 검증 과정을 거친 것을 중시한다면 현 정부가 거의 반년 이상에 걸쳐 추려낸 140개 주요 국정과제 목록을 봐도 좋다. 만일 당장 해결을 요구하는 현실적인 과제가 필요하다면 경기도와 서울시가 무상급식, 무상보육 문제 때문에 어떤 곤경에 처해 있고 중앙과 지방정부가 재원 배분 문제로 왜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지를 상기하면 된다.

물론 이는 모두 우리나라 재정운용의 큰 틀이 복지 확대라는 정책 목표를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공약 이행을 위해 향후 5년간 135조원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가 출범 첫해부터 8조원 이상의 대규모 세입 결손을 우려해야 하는 지금의 현실은 청와대와 예산편성 부처가 재정건전성 문제로 긴장 관계를 노출해야 할 만큼 심각한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재정 환경 아래에서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 없이 세입 재원을 확충하는 유일한 방법은 비과세·감면 축소다. 올해처럼 기부금 소득공제에 한도를 설정하거나 정부가 내년 세법 개정안에서 밝힌 것처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조치는 조세 형평성과 재분배 기능을 제고하면서 소득세원을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정책 결정의 측면이 강하다. 기부 문화 확산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현재 당면한 국가적 정책 과제의 수행이 막대한 재원을 요구하는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에 내린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조치가 기부에 미치는 부작용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이 적용되는 올해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정기부금은 전체 특별공제종합 한도인 2500만원을 넘을 수 없다. 고액 기부자는 감면 혜택이 크게 축소되고 당연히 기부금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달 발표된 정부의 내년 세법개정안대로 현행 소득공제 방식이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되면 내년부터는 지정기부금에 대한 2500만원의 특별공제종합 한도가 사라지는 대신 기부금의 15%만을 소득세액에서 감면받을 수 있게 된다. 이전에 과표 8800만원을 넘는 고소득자들이 기부금액의 35~38%를 감면받을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부 행위에 대한 조세 감면 혜택이 종전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이다. 이 역시 고액 기부를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해온 많은 이들이 반발하면서 ‘과거로의 회귀’를 요구하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정말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현명할까. 과연 혼란 없이 돌아갈 수나 있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우리 국민은 이미 복지 확대라는 루비콘강을 건넌 지 오래다. 지금 우리에게 로마 정복을 위해 웅대한 전략을 가슴에 품고 있는 시저 같은 강력한 리더십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기부 활성화 위해서는 非금전적 인센티브 활용을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복지 확대라는 거스를 수 없는 국가적 정책을 연착륙시키기 위해 모든 분야와 각계각층의 국민이 자신의 능력에 맞게 복지 재원 마련의 책임을 분담하는 것이다. 건전한 기부 문화 보급을 위해 힘쓰는 사회단체와 여기에 호응해 선행을 지속해온 훌륭한 기부자들이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의 어려움을 십분 이해해 정부 계획대로 세제 지원 축소를 수용하는 것이야말로 고통 분담을 넘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최상의 기부와 자선 행위로 남을 것이다.

[맞짱 토론] 기부금 세제혜택 축소 타당한가
대신 정부는 줄어든 세제 지원을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 수단을 개발해야 한다. 적어도 비(非)금전적 측면에서 우리 사회의 기부 행위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모든 공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특히 오랜 기간 기부를 지속해온 기부자들이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작은 골목거리나 숲길의 명칭에 기부자들의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공항 귀빈실 같은 공적 시설도 소수의 특권 계층만 이용할 것이 아니라 존경받는 다수의 기부자들이 편안하고 당당하게 출입하게 된다면 좋지 않을까.

<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

반대 기부는 富의 재분배 역할…나눔문화 확산에 ‘걸림돌’

[맞짱 토론] 기부금 세제혜택 축소 타당한가
지난 1월 국회에서 올해 예산안을 뒤늦게 처리하는 어수선한 상황에 ‘반(反) 기부법’이 뒤섞여 함께 통과됐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정기부금을 포함해 신용카드, 의료 및 교육비 등 8개 항목을 소득공제 상한 대상으로 묶어 총 공제액이 2500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다. 이에 따라 각종 특별 공제항목들로 한도가 채워지면 지정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됐다. 다시 말해
기부를 많이 하더라도 세제 혜택이 대폭 줄거나 전혀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얼마 전 세법 개정안 발표를 통해 기부금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회복지현장에서는 조특법 개정이 기부 문화의 발목을 잡는 전초였다면, 세액공제로의 전환을 골자로 한 이번 세법 개정안은 기부문화를 매우 심각하게 퇴보시키는 결정판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세수를 늘려 공공재원을 확보한다는 취지와는 달리 이 개정안은 기부문화를 후퇴시킬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외계층에 돌아갈 것이라는 점이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동안 정부는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2007년부터 지정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여왔다. 2007년 10%였던 지정기부금의 소득공제 비율을 이듬해인 2008년 15%, 2010년 20%로 늘렸다. 지난해에는 30%까지 높아졌다. 또 지난해부터 법정기부금의 경우 이월공제 기간이 1년에서 3년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이처럼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아낌없는 지원 결과, 지난 5년 새 법정모금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연도별 모금액은 2008년 2703억원에서 2012년 4159억원으로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월드비전이나 굿네이버스와 같은 지정기부금 단체의 모금액도 급속하게 늘어났다.

기부자 ‘자발적 의지’ 뜻 살려 소득공제로 최소한의 보상을

이처럼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연말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하는 ‘사랑의 온도계’는 거의 매년 100도(목표액)를 넘기고, 지난해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역대 최대 금액을 모금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한국의 기부문화 전망은 밝아 보였다. 정기 기부를 신청하고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며,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으로 1억원 이상의 고액을 기부하는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도 증가세다. 그 취지에 공감해 필자 역시 2010년 1월 18번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한 바 있다.

당시 신문을 통해 이 좋은 모임의 회원 수가 전국에서 17명뿐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나도 끼워줄 수 있겠느냐’고 전화를 한 것이 시작이다. 3년 반이 지난 지금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수는 348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기부는 사회 갈등을 통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득 불균형을 바로잡는 사회환원으로써 부의 재분배 효과와 함께 적은 비용으로 사회갈등을 줄이는 순기능까지 한다.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의 사회갈등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 중 종교 분쟁을 겪고 있는 터키를 제외하고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는 통계에 주목해야 한다.

또 기부는 국가 재정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를 지원하는 민간 서비스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세수확대를 통해 확보한 공공 재원만으로 모든 사회복지 서비스 대상자들을 어루만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거나 천문학적인 세금이 필요하다. 민간 사회복지 서비스의 존재 이유 중 하나가 공적 영역에서 다루지 못한 소외된 계층을 지원하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면 민관이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 할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세금과 기부금은 사회정의를 실현한다는 측면에서 같은 지향점을 갖고 있기에, 세수를 높이기 위해 기부문화를 위축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액기부 6개월새 60% 줄어…저소득층에게 피해 돌아가

뿐만 아니라 기부금을 의료비 및 교육비와 함께 특별공제항목으로 함께 묶어 놓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의료비와 교육비의 경우에는 납세의무자인 본인 자신을 위한 지출의 성격이지만, 기부금은 납세의무자 개인을 위한 지출이라기보다는 사회 환원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부 참여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소득공제 범위에 상한선을 긋는 것은 기부 희망 금액에 제한을 두는 것과 같다. 사회를 위해 더 많은 기부금을 내고 이를 통해 갈등을 줄이고 복지 사각지대를 지원하려는 잠재 기부자들에게 마치 ‘더 기부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최근 언론 매체 보도에 따르면 조특법 세금폭탄 우려에 고액기부금이 벌써 61%나 줄었다고 한다. 불과 반년 남짓 만에 실제 현장에서는 기부금이 줄고, 복지사업에 영향을 받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세금은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것이 기본 바탕이다. 세수를 늘리는 데는 물론이고 쓰는 데도 정의가 있어야 한다. 이번 세법 개정안이 사회정의를 위한 개정안인지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맞짱 토론] 기부금 세제혜택 축소 타당한가
지난 5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이 특별공제 종합한도 대상에서 지정기부금을 제외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 정기국회 때 관련법을 개정하려고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몇 개월 동안의 논의 끝에 드디어 관련 법령 개정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에 착수했다는 사실에 기부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서민의 기부는 나라를 아름답게 하지만, 부자의 기부는 나라의 운명을 바꾼다’는 말이 있다.

아직도 보살핌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들이 많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자발적인 의지로 기부 행위를 하는 기부자들에게 소득공제라는 작은 보상열매라도 줘 기부문화를 확대시키고 장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 박점식 천지 세무법인 대표 >

■ 읽을 만한 자료

△기부문화의 대변혁(케이 스프링켈 그레이스, 2004년)
△행복한 기부(토마스 람게, 2007년)
△세금지식이 돈이다(박점식, 2004년)
△과세형평 제고를 위한 2013년 비과세·감면제도 정비에 대한 제언(조세재정연구원, 201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