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상대방을 움직이려면 인터레스트를 공략하라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경영학 카페

    속내를 읽는 지혜 필요
    아내의 두통 호소에 병원에 가라 되풀이보다 진지한 대화가 때론 '藥'
    상대방을 움직이려면 인터레스트를 공략하라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다. 거란이 침입해 왔으나 서희가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어 오히려 강동6주 땅을 되찾았다. ‘고려의 서희가 거란과 협상에 나섰다. 이때 고려는 고구려의 후계자임을 내세워 땅을 내놓을 수 없다고 했다. 거란은 이를 인정하고 물러났다. 이로써 고려는 강동6주를 확보할 수 있었다.’

    교과서에 실려 있는 이 내용에 따르면 거란의 장수 소손녕은 괜히 고려를 침입했다가 싸워보지도 않고 강동6주를 빼앗기고 물러난 셈이다. 체면이 안 선다. 거란으로 돌아간 소손녕은 황제에게 협상 결과를 어떻게 보고했을까. “황제님, 알고 계셨어요? 제가 고려의 서희라는 신하에게 듣자니 고려는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라고 합니다. 고려라는 국호도 고구려에서 따온 거라고 하고요. 아시다시피 강동6주 땅이 지금은 우리 영토지만, 원래 고구려의 땅이었잖아요? 그러니 고구려의 후손들이 다스리는 것이 맞을 듯하여 제가 돌려주고 왔습니다.” 설마 이렇게 말하진 않았을 것이다. 제 아무리 인자하고 너그러운 황제라고 할지라도 이런 정신 나간 장수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럼, 교과서에 실린 내용은 어떻게 된 걸까.

    모든 협상가는 두 가지 요소를 갖고 있다. 그중 하나는 ‘요구’라고 번역되는 ‘포지션(position)’이고, 다른 하나는 ‘욕구’라고도 하는 ‘인터레스트(interest)’다. 어떤 사람이 겉으로 요구하는 바는 포지션이요, 그런 요구를 하는 속내는 인터레스트라고 보면 된다.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자.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여름 한낮 시골에 위치한 작은 구멍가게의 문이 열리더니 손님 한 명이 들어오며 외친다. “콜라 한 병 주세요.” 이때 콜라 한 병 달라는 말이 ‘포지션’, 즉 요구다. 그런데 콜라를 달라는 속내는 뭘까. 아마도 갈증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어떤 요구를 하는 진짜 이유, 이것이 ‘인터레스트’다.

    마침 가게에는 콜라가 떨어진 상태다. 그렇다면 가게 주인의 선택은 두 가지다. 하나는 콜라를 달라는 손님의 포지션에 반응해 “콜라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마도 손님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가게를 떠날 것이다. 이와는 달리 갈증을 해소하고 싶다는 인터레스트를 공략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자면 “콜라 대신 시원한 사이다는 어떠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무더위에 지친 손님은 흔쾌히 가게 주인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사람을 움직여서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서는 겉으로 드러난 포지션이 아니라, 속에 감춰져 있는 인터레스트를 파악하고 이를 공략해야 한다.

    다시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얘기로 돌아가보자. 거란의 왕 성종은 소손녕과 80만 대군을 보내 고려를 공격해왔다. 화친을 요구하는 고려 측에 적장 소손녕은 항복만을 요구할 뿐이었다. 침략의 이유를 묻자, “너희 나라가 백성을 돌보지 않으므로 천벌을 주러 온 것이다”는 이치에 닿지 않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서희는 겉으로 드러난 이런 포지션에 집착하지 않았다.

    대신 당시 중국 대륙의 송나라와 거란, 고려 삼국을 둘러싸고 있는 국제정세를 면밀히 살펴보았다. 신흥국가로 일어난 거란과 기존 지배국가인 송나라 간에는 조만간 대륙을 건 건곤일척의 승부가 벌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거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송나라와의 결전을 앞두고 가장 부담스러운 건 무엇일까. 송과 ‘형제의 나라’임을 자처하고 있는 고려다.

    전력을 다해 송나라와 싸우는 와중에 고려가 후방에서 쳐들어오기라도 한다면….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일 것이다. 이를 간파한 서희는 소손녕에게 거란이 송을 공격할 때 배후를 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함으로써 거란의 인터레스트를 만족시켜주었다. 그리고 그 대가로 강동6주를 돌려받고 화친을 맺을 수 있었다.

    상대의 포지션이 아니라 인터레스트에 집중해야 한다는 협상의 원리는 대인 관계에도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 회사 다니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부하직원에게 그럴 때는 쉬어야 한다며 휴가만을 권유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 부하직원은 비전 없는 직장 생활이나 다른 팀원과의 갈등 때문에 힘겨워하는 건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머리가 아프다고 하소연하는 아내에게 아플 땐 빨리 병원에 가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내의 두통은 의사가 아니라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남편이 고쳐주는 경우도 많다. 이제부터는 상대방의 포지션이 아니라 인터레스트에 관심을 가져보자.

    이우창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ADVERTISEMENT

    1. 1

      카리브해 긴장고조에…WTI 닷새째 상승세 [오늘의 유가]

      국제 유가가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겨냥해 "물러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됐고, 이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유가에 강세 압력을 가했다.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37달러(0.64%) 오른 배럴당 58.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최근 5거래일 동안 총 3.11달러(5.63%) 상승했다.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긴장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열린 신규 군함 건조 계획 발표 행사에서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봉쇄 조치를 강화함으로써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노리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에게 달렸다”며 “그렇게 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그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면서도 “강경하게 나오길 원한다면 그것이 그렇게 할 수 있는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미국 해안경비대는 현재 베네수엘라로 오가는 유조선을 전면 차단하고 있다. 지금까지 2척을 나포했으며, 추가로 1척을 추적 중이다. 양국 간 긴장이 한층 높아지자 러시아는 베네수엘라 주재 외교관에게 대피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레베카 리드스퍼린 SCB그룹 브로커는 "가격 흐름은 지속적인 상승보다 뉴스에 반응해 잠깐 오르는 장세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이 일시적으로 줄어들더라도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이 넉넉해 구조적인 상승으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말했다.한편 미국 경제의 3분기 ‘깜짝 성장’은 유가

    2. 2

      [포토] 환율 구두 개입에 30원 넘게 급락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원/달러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환율은 정부의 환율 대책과 당국의 구두 개입에 30원 넘게 급락했다.최혁 기자

    3. 3

      금감원 신임 부원장에 김성욱·박지선·황선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첫 임원 인사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 부원장보 두 명을 모두 신임 부원장으로 발탁했다. 이 원장의 소비자 보호 강화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금감원은 24일 부원장 3명과 부원장보 6명을 신규 임명하는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금소처에서 각각 민생금융과 소비자보호 부원장보를 담당한 김성욱·박지선 부원장보가 각각 은행·중소금융 부원장과 민생·보험 부원장으로 올라갔다.김 부원장은 민생금융 부원장보 시절 보이스피싱 예방 3종 안심차단 서비스 등 민생금융범죄 예방대책을 수립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그는 금감원 공채 1기 출신 최초 부원장이기도 하다. 박 부원장은 사전예방적 소비자 보호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기획·전략을 맡았던 황선오 부원장보는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에 임명됐다. 신임 부원장의 임기는 오는 30일부터 3년이다.새로 임명된 부원장보 중 금소처 출신인 김욱배 금융소비자보호총괄국장은 원장 직속 신설 조직인 소비자보호총괄 부원장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김충진 기획·전략 부원장보, 곽범준 은행 부원장보, 이진 중소금융 부원장보, 김형원 민생금융 부원장보, 서영일 보험 보원장보 등이 임명됐다.금감원 관계자는 “새로 임명된 임원들은 각 분야 감독·검사 및 소비자 보호 전문가들”이라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 감독업무 혁신을 주도하고 금융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신연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