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10일 오후 7시3분

삼익악기가 미국 명품 피아노 제조업체 스타인웨이를 인수하려던 꿈을 결국 포기했다.

삼익악기는 10일 “최종적으로 스타인웨이에 대한 공개매수를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또 보유하고 있는 스타인웨이 주식 376만8554주(26.22%)에 대해서 “공개매수를 추진 중인 제3자에게 지분을 팔 수 있다”고 밝혔다.

삼익악기는 세계적인 피아노 제조 기술과 명품 브랜드를 확보하기 위해 2009년과 2010년 차례로 스타인웨이 지분을 취득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2011년엔 스타인웨이의 경영진이 보유한 ‘황금주(Class A)’도 매입했다. 스타인웨이의 황금주는 보통주보다 의결권이 98배 많은 특별 주식이다.

삼익악기는 스타인웨이 인수를 위해 853억원을 투자했지만 스타인웨이의 경영권을 갖지 못했다. 지분율 35%를 넘길 경우 기존 주주가 싼 가격에 신주를 사들일 수 있다는 ‘포이즌필’ 조항 등 기존 경영진이 겹겹이 구축한 경영권 방어 수단에 막혀 이사회를 장악하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지난 3월 다나 메시나 전 스타인웨이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투자자들은 사모펀드인 콜버그를 끌어들여 주당 35달러에 스타인웨이 공개매수를 추진하면서 스타인웨이 인수경쟁이 벌어졌다. 폴슨측이 등장해 주당 38달러를 부른 후 삼익악기 역시 동참, 주당 39달러로 가격을 높였다. 이후 폴슨은 40달러로 가격을 높여 삼익악기를 제치고 스타인웨이를 품에 안았다.

삼익악기가 폴슨의 공개매수에 참여해 주당 40달러에 스타인웨이 지분을 매각하면 투자금액의 두 배 규모인 16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