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업이 기로에 섰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1단계 협상이 끝났다지만 본격 협상은 지금부터다. 1단계에서는 협상의 틀(모댈리티)만 합의됐을 뿐 관세철폐 등 품목별 협상은 2단계에서 시작된다. 이렇게 단계별 협상을 하게 된 배경에는 다름 아닌 농업이 갖는 민감성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농산물을 가능한 한 (초)민감품목에 많이 포함시키겠다는 전략이지만, 중국은 농산물 개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농업이 한·중 FTA 협상의 핵심 과제로 등장한 상황이다.

물론 농민들로서는 당장은 우려가 크리라는 점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중국 농산물 공세로부터의 보호에만 급급하면 우리 농산물의 중국시장 진출 기회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신선야채 등 꼭 필요한 경우엔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겠지만 농업이 발전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대중(對中) 농산물 수출액은 지난해 13억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하는 추세다. 중국에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 농산물에 대한 잠재적 수요는 날로 커지고 있다. 중국의 1억명 고소득층을 고객으로 만든다면 농업의 일대 도약이 가능하다. 결국 한·중 FTA가 하나마나한 FTA로 전락할지, 새로운 기회의 FTA가 될지는 오로지 농업에 달렸다.

지금 밖에서는 이른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TPP에 일본이 가세하면서 추진 동력이 더해졌다. 주목할 것은 일본이 TPP를 통해 농업을 혁신할 구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아직도 TPP 참여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TPP 협상 참여국 대부분과 FTA를 체결했거나 협상 중이라는 점을 이유로 나중에 사인만 하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 농업 경쟁력을 생각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참여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

그 어떤 무역협정도 농업을 배제하면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쌀 관세화도 더는 미룰 수 없다. 때마침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간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농업은 선진국 산업이다. 농업에 대한 새로운 구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