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나라’ 미국에서 자동차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자동차 판매량은 대표적인 소비경기 지표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성장 엔진이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경기 호황이 ‘양적완화(돈을 찍어 시중의 채권을 매입하는 금융완화 정책)’ 축소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는 미국 중앙은행(Fed)을 더욱 ‘출구’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車 없어서 못파는 美…힘실리는 '9월 출구'

○미국 차량 판매 2007년 수준으로 회복

4일(현지시간) 오토데이터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150만3151대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연율로는 1609만대다. 1600만대를 넘은 건 2007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해 부진했던 도요타 혼다 닛산 등은 20% 이상 늘었다. 현대자동차는 6만6000대를 팔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하이오주 마실론에서 7개의 판매권을 갖고 있는 더글러스 웨이커먼은 “1980년대 이후 이런 호황은 없었다”고 말했다. 도요타와 크라이슬러의 임원을 거쳐 자동차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짐 프레스는 “리먼브러더스 쇼크 이후 5년 만에 1600만대의 분기점을 돌파한 것은 자동차 경기가 새로운 시대로 진입한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초과 공급이나 ‘떨이 판매’ 등은 옛말이 됐다.

엘런 휴스 포드 연구원은 “차 판매 증가는 저금리와 고용시장 개선에 따른 것”이라며 “일자리를 구한 사람들이 차를 사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1년 전 8%를 웃돌던 실업률은 7월에 7.4%로 떨어졌다. 주가 상승과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낡은 차량의 교체 수요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 서비스업 경기는 7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공급관리자협회(ISM)가 5일 발표한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8.6으로 2005년 12월 이후 가장 높았다.

한편 이날 발표된 고용 지표들은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32만3000건으로 전주 33만1000건보다 줄었다. 반면 미국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이 발표한 지난달 신규 고용자 수는 17만6000명으로 전달 20만명보다 줄었다.

○“Fed 출구로 더 다가섰다”

라이언 스위트 무디스 어낼리스틱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자동차시장의 호황은 고용이 더디지만 꾸준히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Fed가 이달 출구전략을 시행하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Fed는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매달 850억달러로 유지해온 채권 매입 규모를 700억달러 정도로 줄이기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의 통화 가치 급락 등 신흥국 위기에다 시리아 사태가 변수로 등장, Fed의 출구 타이밍이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의 시리아 군사공격이 장기화되고 그에 따른 유가 급등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Fed는 4일 실물경기 보고서 ‘베이지 북’에서 “경제가 점진적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자동차 판매와 주택 구입 등을 지목했다. 돌발 변수가 없는 한 Fed는 베이지 북과 6일 발표되는 8월 실업률 지표를 근거로 출구전략 시점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