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그 마음
지인이 휴대전화로 영상을 하나 보내왔다. 한 달 전쯤 방송된 TV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영상에는 60대 한 남자가 통기타를 들고 나타났다. 아내와 사별한 지 30년, 지금이라도 아내를 꼭 한 번만 보고 싶다는 그 남자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리고는 덤덤히 노래를 부른다.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 주던 때 /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 막내아들 대학 시험 뜬 눈으로 지내던 밤들~ / 큰 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라는 노래란다. 읊조리듯 노래 부르는 남자의 모습에 한 심사위원은 오열했고, 방청객은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나 역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요동이 있었다. 왠지 노래 부르는 남자의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며칠 전 회사 창립기념일을 맞이했다. 좋은 날이다. 하지만 30년이 채 안 된 세월이지만 지나온 세월을 생각하니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일기 시작했다. 예전에 함께 했던 사람과 지금 함께하고 있는 사람에게 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창립기념일 행사에서 대표 인사말을 이 영상으로 대신했다. 순간 행사장은 숙연해졌고 영상이 끝나고도 여운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얼마나 전달됐을까? 눈물을 닦아내는 직원들을 보니 백 마디 말보다 더 진한 이야기를 한 것만 같았다. 왠지 이 영상을 튼 나의 ‘그 마음’을 알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 같은 만남이라는 시 구절이 있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주기 때문이라고. 꼭 배우자가 아니어도, 꼭 부모가 아니어도 나와 같은 세월을 살고 같은 경험과 추억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된다. ‘힘들다’ ‘아프다’ ‘슬프다’ 등등 구구절절 어려움을 설명하지 않아도 나와 함께한 사람이라면 그 마음을 잘 알 것 같기 때문이다.

지금 10년을 넘게 같이 한 직원이 있고, 이제 1년도 채 되지 않은 직원이 있다. 그리고 한때 나와 함께했던 직원도 있다. 오늘 나와 함께한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내 곁에 있어줘 고맙다고. 그리고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웠다고. 더불어 미안했다고. 한때 그 마음을 몰라줘서.

김영식 < 천호식품 회장 kys@chunho.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