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관리재정수지가 46조2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6조2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정부가 2004년 관리재정수지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적자폭이라고 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전망에서 올해 재정적자를 18조5000억원 규모로 예상했다. 당시 이 보고서는 정부 예상보다 훨씬 비관적인 전망치를 낸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결과는 보고서 전망치보다 두 배가 넘는 적자를 기록하고 말았다. 한국은 다른 것은 몰라도 재정만큼은 건실한 국가라는 최소한의 평가마저도 이제는 안심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재정적자는 당연히 들어온 돈(세수)은 줄어들고 정부 지출이 늘어난 탓이다. 우선 상반기 세수가 10조1000억원 덜 걷혔다. 목표 대비 실적치를 나타내는 세수진도율은 47.1%였다. 세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법인세가 경기 위축으로 전년 동기 대비 4조원 줄어들었고 부가세 역시 내수 부진으로 2조3000억원 감소했다. 그것도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세무조사에 전력투구하는 상황에서의 세수 감소다.

이런 와중에 복지 공약 등으로 정부 지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상반기 정부 지출은 지난해보다 7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연말에는 쓰기로 돼 있는 지출 항목도 돈이 없어서 지출이 불가능한 소위 재정절벽 사태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오히려 재정절벽을 유도해 국채를 발행하고 넘어가려는 게 아니냐는 일부의 소리도 있다. 문제는 내년이다. 각 부처가 요구하는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6.6% 늘어나 있다. 모두 박근혜 정부의 140개 국정과제를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기초노령연금과 무상보육, 그리고 반값 등록금 지원을 위한 국가장학금 확대, 행복주택 신규 공급 등 주로 복지 분야 예산이 크게 늘어나 있다.

정부는 균형 재정 목표를 2017년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공염불이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정부 의지부터 의심스럽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가계부가 흔들리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공약가계부를 다시 작성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