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주식시장 개방으로 한국을 처음 찾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롯데제과와 같은 내수 소비재 1등주를 업종별로 대거 매집했다. 한국 내수시장이 본격 성장하는 만큼 이미 강력한 브랜드력을 가진 내수 소비주들이 각광받을 것으로 봤다. 이 판단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당시 2만원대였던 롯데제과 주가는 150만원이 넘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중국 시장이 한국의 1992년 당시와 닮았다고 진단했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 우려로 중국과 홍콩의 주가지수가 연초 대비 10%가량 하락했음에도 불구, 내수 소비업종 1등주 주가는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中 지수는 비실대도…소비 1등株는 '용틀임'

○중국 소비 1등주, ‘독야청청’

상하이종합지수는 올 들어 지난 29일까지 7.58% 하락했다. 중국 기업이 대거 상장해 있는 홍콩거래소 H지수는 13.86% 떨어졌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5분기 연속 7%대에 머무는 등 경착륙 우려가 커진 때문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내수 소비재 1등주들의 주가 오름세는 가파르다. 온라인 게임 1위 업체인 텐센트홀딩스는 같은 기간 45.30% 상승했다. 1등 맥주 업체인 칭다오맥주(26.78%), 제약 부문 선두업체 상하이 푸싱(8.02%), 제과 1위기업 왕왕(6.18%) 등의 주가도 강세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건설, 에너지 등 업종은 경기 변수 영향을 크게 받겠지만 소비주들은 중국 중산층의 씀씀이가 커지는 트렌드에 맞춰 꾸준히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브랜드가 널리 알려진 소비주에 장기 투자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업종지수도 소비 부문 강세

상하이증시도 홍콩과 비슷하다. 석탄, 철강, 금융 등 중국 증시를 주도했던 종목들은 설비 과잉과 구조조정 문제로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반면 소프트웨어 헬스케어 엔터테인먼트 등 내수 종목은 가파른 상승세다. 중국 증권 경제정보업체 윈드(WIND)의 업종별 지수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9일까지 소프트웨어(90.2%), 가정 및 개인용품(44.2%), 제약 및 바이오(34.7%)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펀드 수익률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소비 관련 종목을 많이 담은 일부 펀드는 중국 증시 움직임과 다르게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중국본토A주’ ‘이스트스프링차이나드래곤Ashare’ ‘한화중국본토’ 등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7.08~11.03%에 달한다. 이들 펀드는 금융이나 에너지 관련 종목 비중은 낮은 대신 소비재 비중이 높다.

한국에서 중국 내수 소비 우량주에 투자하려면 중국 내수주 펀드를 매입하거나 해외 주식 거래 계좌를 개설, 직접 주식을 사야 한다. 국내 증권사들이 판매 중인 상품 중 중국 업종별 1등주에만 골라 투자하는 펀드가 드문 만큼 개별 펀드들의 포트폴리오를 잘 살펴야 한다.

중국이나 홍콩거래소 상장 종목은 HTS를 통해 직접 거래가 가능하다. 단 수수료가 0.25~0.5%로 높고, 연간 투자 수익이 250만원을 넘으면 번 돈의 22%만큼을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송형석/조귀동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