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위기 '장기전' 대비 나선 대우인터 "수익 줄어도 고객은 잃지 말아라"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사진)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저성장, 저수익, 저소비 기조가 이어질 것인 만큼 사막전(戰)과 같은 장기전을 이겨낼 새로운 경영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최근 열린 전사 운영 회의에서 “최근 불거진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금융위기 파장을 확실하게 이겨낼 수 있는 경영전략이 요구된다”며 “무엇보다 고객만은 잃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미얀마 가스전 등 자원개발 성공으로 경영 안정성이 어느 정도 확보된 만큼 새로운 도약을 위한 성장에 초점을 맞출 것을 당부했다.

숙원이던 미얀마가스전 상업 생산이 지난달 시작됐지만, 아직 회사 매출의 90% 이상은 종합상사 고유의 트레이딩(무역 중개)에서 나오는 만큼 조직내 긴장을 주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 상반기 지역별 트레이딩 매출 비중은 아시아가 64.72%로 절대적이다. 최근 문제가 된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터키 비중은 각각 2.97%, 1.92%, 2.73%, 2%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인도 등 신흥국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파급될 수 있다고 보고 경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경기가 더 어려워지더라도 고객만은 잃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종합상사는 장기적인 신뢰를 쌓은 고객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매출이 줄더라도 거래가 끊겨서는 안 되고, 거래가 끊기더라도 고객만은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수익성이 일시적으로 낮아졌다고 고객을 외면하면 경기가 회복될 때 외톨이가 될 것”이라며 “정말 필요한 고객이라면 설사 마진이 없더라도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해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시장 변화를 잘 읽어내고 이에 맞는 사업 전략을 실행할 것을 주문했다. 이 부회장은 “경쟁은 품질만 갖고 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와 납기 등에서도 이뤄져야 한다”며 “지역별로 사업 전략을 재점검하라”고 했다. 사업부 간의 벽을 허무는 노력도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개발 부서가 만들어 오면 판매 부서가 ‘한번 팔아볼까’라고 생각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젠 개발 단계에서부터 서로 정보와 의견을 공유해 ‘팔 수 있는 제품’을 탄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의사 결정권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뜻하는, 히든 메이커(hidden maker) 공략에 더욱 공을 들일 것을 당부했다. 그는 “미국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상원의원보다 그 보좌관을 설득하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며 “영업을 할 때 누가 히든 메이커인지 잘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