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최부자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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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는 富' 실천한 경주 최부자처럼 中企 특허 보호하는 기업 많아져야
김영민 특허청장 kym0726@kipo.go.kr
김영민 특허청장 kym0726@kipo.go.kr
![[한경에세이] 최부자를 기대하며](https://img.hankyung.com/photo/201308/AA.7780219.1.jpg)
경주시 교동 최씨 고택에 가면 목판에 ‘육훈(六訓)’이 새겨져 있다. 이 중에서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와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마라’가 가슴에 와 닿았다. 이는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고,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라’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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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몇 년 전에 본 ‘플래시 오브 지니어스(Flash of Genius)’란 영화가 떠오른다. 포드라는 거대 자동차회사와 개인발명가 간의 기술탈취 법정소송을 다룬 실화이다. 컨즈는 비가 오는 양에 따라 움직이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와이퍼를 발명해 특허까지 받는다. 자신의 차에 시제품을 장착해 시연한 후 납품계약을 하자는 포드사 임원의 말만 믿고 있다가 얼마 후 자신의 특허가 도용된 것을 안다. 12년에 걸친 지루한 소송은 결국 컨즈의 승리로 끝났지만, 그는 이 과정에서 이혼과 정신병원 강제 수용이라는 엄청난 시련을 겪어야 했다. 영화는 카페 창가에서 비 내리는 창밖 풍경을 보며, 공허한 미소를 짓는 컨즈를 클로즈업하며 끝이 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컨즈가 겪은 것과 같은 기술도용 문제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니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특허권은 무형의 재산권이라 도용하기 쉽고, 권리도 안정적이지 않다. 이 때문에 대기업은 기술도용의 유혹에 흔들리기 쉽고, 일단 문제가 되면 중소기업이나 개인이 이를 극복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부는 특허기술의 합리적인 사용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중소기업 간 특허 사용 계약 체결시 중소기업에 적정한 실시료가 지급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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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업계에 경주 최부자와 같은 따뜻한 기업이 많이 나오고, 특허권리를 튼튼하게 보호받아 행복하게 미소 지을 수 있는 수많은 컨즈를 볼 수 있길 기대한다.
김영민 특허청장 kym0726@kipo.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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