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선 매년 4월 중순께 ‘유채꽃큰잔치’가 열린다. 제주도 특용작물인 유채꽃을 널리 알려 지역소득 증대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1983년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올해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열리는 유채꽃 축제는 서울, 경기 구리·수원, 강원 삼척·태백 등 10개가 넘는다. 유채꽃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지역에서도 유채꽃 축제가 무분별하게 열리는 것. ‘겨울축제의 원조’로 불리는 강원 화천군 산천어축제를 모방해 얼음낚시 축제를 여는 지방자치단체만 10곳에 달한다. 유사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남발되다보니 경제효과가 떨어지고, 예산만 낭비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자체들의 이 같은 무분별한 낭비성 축제를 막기 위해 정부가 지자체 행사·축제의 원가회계정보를 전면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안전행정부는 다음달부터 전국 244개 지자체별로 홈페이지에 지방 행사·축제를 위해 직·간접적으로 집행하는 비용을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안행부에 따르면 매년 전국에서 열리는 지방 축제는 2500개가 넘는다. 이에 따라 불필요한 행사·축제를 줄이고 예산을 절감해 건전한 지방재정을 운용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직·간접 비용에는 참여자 인건비, 유명 연예인 초청비용이나 언론홍보·광고료, 행사시설·임차비 등 행사운영비가 포함된다. 지자체들은 행사·축제 전체를 보여주는 총괄표와 사업개요, 예산액과 집행액, 행사·축제 원가, 효과까지 모두 공개해야 한다. 공개 대상은 예산집행액을 기준으로 광역단체 1억원, 기초단체 5000만원 이상의 사업이다. 이렇게 되면 공개 대상 행사·축제 건수는 1400여건, 집행액은 5800여억원에 이른다는 게 안행부의 설명이다.

안행부는 내년에 광역단체는 5000만원, 기초단체는 1000만원 이상 사업으로 공개 대상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개 항목도 올해 7개에서 내년부터는 17개로 늘어난다.

안행부는 지자체들이 공시한 행사·축제 원가회계정보를 10월 중 종합분석해 통합공시할 예정이다. 만약 행사·축제에 낭비성 요소가 적발되면 지자체별로 교부금 삭감 등 불이익을 줄 계획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