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연말까지 600억달러 풀겠다"
브라질과 인도 등 신흥국이 잇달아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에 따라 8월 들어 급락하고 있는 자국 통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서다. 이런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은 신흥국 외환위기 조기 차단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기두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달러화 강세는 누구에게도 좋지 않다”며 외환시장 개입 의지를 밝혔다. 지난 22일 브라질 중앙은행이 헤알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연말까지 600억달러(약 67조원)를 시장에 풀겠다고 밝힌 직후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21일 달러당 2.45헤알이던 헤알화 가치는 23일 2.34헤알까지 올랐다.

인도 중앙은행도 22일과 23일 잇달아 장 막판에 달러를 풀며 루피화 가치 방어에 나섰다. 대부분의 매매 주체가 시장을 빠져나간 오후 4시30분께 달러 매물을 무더기로 내놓는 방식이다. 22일 장중 한때 달러당 65.55루피까지 떨어졌던 루피화 가치가 64.55루피로 반등한 데 이어 23일에는 달러당 63.19루피까지 올랐다.

인도네시아도 통화 가치 방어를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타 라자사 경제조정 장관은 23일 고급차 등 사치품에 대한 수입관세를 인상하고 원유 수입도 줄이겠다고 밝혔다. 국외로 빠져나가는 달러 수요를 줄여 루피아화 하락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이 같은 신흥국들의 노력에 힘을 실었다. 이날 Fed의 ‘잭슨홀 미팅(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례 경제심포지엄)’에 참석해 “IMF는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해 선제적으로 위기 징후 국가들에 정책적 조언을 제공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재정적인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위기의 빌미를 제공한 Fed의 출구전략과 관련해서도 속도조절론을 주문했다. “글로벌 중앙은행이 한꺼번에 양적완화 조치의 출구에 몰려서는 안 된다”며 “오랫동안 부양책이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아직 전망은 어둡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인도네시아와 태국, 말레이시아 등의 통화 가치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현재 달러당 1만800루피아 선인 루피아화 가치는 내년 1만1800루피아까지 떨어질(9%) 것으로 전망했으며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기존 전망치 대비 3.4%, 태국 바트화는 4% 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