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기계·IT 등 경기민감株 '빛' 보나…두산인프라코어·만도·삼성重 등 관심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축소가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출구전략 이슈가 연말까지 한국 증시에 부담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주 증시를 발목잡았던 아시아 신흥국 금융위기 이슈도 언제든 다시 수면으로 올라올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큰 폭의 지수 상승은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종목 ‘옥석 가리기’의 중요성이 더 커진 셈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유럽과 미국, 중국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기민감주와 신기술 테마주, 저평가 자산주 등이 유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종별로는 조선과 기계, 화학, 정보기술(IT), 자동차 관련주들이 ‘빛’을 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경기민감주 약진 기대

조선·기계·IT 등 경기민감株 '빛' 보나…두산인프라코어·만도·삼성重 등 관심
한경TV 와우넷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내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경기민감주들을 대거 추천 종목으로 제시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중국 경기의 경착륙 우려가 상당 부분 완화된 것도 경기민감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와우넷 전문가 안인기 대표는 “양적완화 축소는 시장의 유동성을 축소시킨다는 점에서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실물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만큼 파급 효과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경기회복 민감주의 강세가 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도 “7월 말 이후 외국인들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LG화학 등의 경기민감주들을 집중 매수했으며 8월 중순 이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IT 업종 우량주들을 담고 있다”며 “향후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관련 추천주로 꼽히는 대표적 종목이 두산인프라코어다. 중국 구매관리자지수(PMI) 회복세가 긍정적이고 중국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럽 경기 회복으로 자회사 밥캣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도 호재로 꼽힌다.

만도 역시 증권사들의 유망종목 리스트에 많이 등장하고 있다. 자동차 해외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데다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펀더멘털이 탄탄하다는 게 추천 이유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 조선주에 대한 ‘러브콜’도 늘고 있다. 유로존 경기회복이 선박 발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선주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주요 조선주들은 7월 초 이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조선업종의 경기 사이클이 바닥을 다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향후 지속적인 강세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2차전지주에도 관심 집중

신기술 테마 중에서는 ‘2차전지’가 유망 분야로 꼽혔다. 경기가 회복되면 환경 이슈가 부각되는 만큼 향후 지속적인 관심이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LED 테마도 긍정적이지만 이미 주가가 많이 올라 2차전지에 비해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와우넷 전문가 박영호 대표는 “올해 하반기부터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전기차 시장에 새롭게 도전장을 내면서 2차전지 시장이 활성화할 것으로 본다”며 이 분야 대장주인 삼성SDI를 추천했다.

삼성SDI는 크라이슬러, BMW 등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으며 그동안 일본 파나소닉에서 전지를 납품받았던 미국 테슬라와도 배터리 공급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저평가 자산주, 실적이 뒷받침되는 소비주 중에서 ‘물건’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와우넷 전문가 허인행 대표는 “대외 변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내수 소비주들을 철저히 실적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편의점 부문에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고 있는 GS리테일을 추천했다.

◆“테마보다는 실적 꼼꼼히 살펴야”

전문가들은 박스권 장세에서 버티기 위해서는 개별기업 실적과 관련한 이슈를 꼼꼼히 챙길 것을 조언했다. 작은 외부 악재에도 투자 심리가 흔들리는 관망장인 만큼 같은 업종 내에서도 희비가 갈릴 가능성이 높아 신중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금처럼 악재와 호재가 혼재된 장세에서는 개별종목에 따라 수익률 게임의 승자가 정해진다”며 “단기 테마를 추종하기보다 이익이 숫자로 확인된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실적 전망이 조정된 종목의 경우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바로잡은 것인지 해당 기업의 펀더멘털에 문제가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