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가입·부동산 현금화로 대비를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고도 성장기를 거치며 주로 부동산을 통해 어느 세대보다 빨리 부를 축적했다. 그러다 보니 이들 세대는 부의 축적을 자산의 축적으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부의 또 다른 요소인 현금흐름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에 안정적으로 미래를 대비하고 싶다면 이런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한다. 이제는 자산 확보보다 현금흐름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시대다. 특히 직장에서 월급을 받는 것처럼 은퇴 후에도 매달 통장에 입금되는 현금수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노후에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드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연금이다. 은퇴 후 매월 일정한 현금을 얻고 싶다면 연금만큼 안정적인 수단이 없다. 국민연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노후자금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는 금융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은퇴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남아 있다면 추가로 개인연금에 가입하면 된다. 은퇴를 바로 눈 앞에 두고 있다면 즉시연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꺼번에 맡기면 그 다음달부터 곧바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은행에 노후자금을 예치해 두고 이자를 받아 생활하는 것과 비슷한 구조다. 연금은 앞으로 몇 살까지 살든 평생 동안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래 살 위험까지 대비할 수 있는 최적의 금융상품이다.

다음이 부동산의 현금화다. 부동산은 노후생활을 위한 자산으로 적합하지 않다. 상가나 오피스텔처럼 임대용 부동산은 일정한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투자가 성공적인 경우에만 그렇다. 입지나 상권, 경기 동향 등 변수는 얼마든지 많다. 자칫 부동산 자산이 많지만 당장에 쓸 수 있는 현금은 없는 ‘가난한 부자’가 될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지출이 따를 수 있는 노후에는 시가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보다 현금 10억원이 더 필요한 자산이다.

노후준비의 핵심은 죽는 날까지 매월 현금흐름이 생길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두는 것이다. 노후자금은 자산 몇억원이 아닌 매월 꼬박꼬박 나오는 현금으로 준비해야 한다.

한국보다 앞서 고령화가 진행된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연금을 통해 이러한 평생소득을 마련한다. 그리고 별다른 고민 없이 노후를 보낸다.

이제는 자산을 평생 소득화하려는 노후준비 전략을 친근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다.

박기출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