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영업력 약화…대출 2조 줄었다
지난 1년간 국민은행의 영업 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수익 기반인 기업대출과 신용대출 잔액이 신한·우리·하나은행을 포함한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도 증가폭이 가장 작았다.

금융계에서는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 임기 말에 발생한 내부 혼란이 결국 실적으로 연결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달리 안정적 경영지배 구조를 이어온 신한은행은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영업 기반을 견고하게 구축하고 있다.

◆국민은행, 신용·기업대출 감소

한국경제신문이 21일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종류별 대출잔액 추이를 분석한 결과 국민은행이 유일하게 지난 1년 동안 신용대출과 기업대출이 줄어들었다.

국민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7월 말 20조2613억원으로 작년 7월 말(21조9368억원)보다 7.6%(1조 6755억원) 감소했다. 국민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85조3130억원에서 84조4748억원으로 0.9% 줄었다.

이에 비해 신한 우리 하나 등 나머지 3개 은행은 두 종류의 대출이 같은 기간 증가했다. 신한은행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신한은행의 신용대출은 작년 7월 말 11조2754억원에서 지난 7월 말 14조5021억원으로 3조2267억원(28.6%) 급증했다.

국민은행은 그동안 강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던 주택담보대출도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7월 말 76조9491억원으로 1년 전보다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9.9% 늘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2.5%와 1.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다른 3개 은행에 비해 국민은행의 대출 증가세가 뚝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CEO 레임덕 … 영업 ‘직격탄’

국민은행은 지난 1년간 대출 증가세가 주춤한 것은 전략적으로 외형 부풀리기를 자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계에서는 그러나 KB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임기 말에 조직 분위기가 흐트러지면서 영업력이 약화된 것을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작년 하반기엔 어윤대 전 KB지주 회장과 사외이사들 간 대립이 계속됐고, 올 상반기엔 KB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뽑는 과정을 거치면서 리더십이 흔들렸다는 분석이다.

한 국민은행 지점장은 “지주사 회장뿐만 아니라 은행장 교체기를 거치면서 일선 영업점에서는 영업을 거의 중단하다시피 했다”며 “새로운 최고경영자(CEO)가 선임되면 어떤 경영전략을 짤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자산을 늘릴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지점장도 “신임 경영진이 직원들의 성과지표(KPI) 중 어디에 가중치를 둘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그동안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한 게 사실”이라고 동의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상반기에 흔들렸던 조직 분위기를 다잡는 데 치중할 것”이라며 “하반기 부터 공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돼 다른은행들도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