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지사 "국회 포퓰리즘 이대로 두면 나라 망해…정치 대개혁 필요"
“정치권의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을 걷어내지 않으면 한국사회의 미래는 암울하다. 정치인들은 복지 확대를 위해선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앞날이 빤히 보이는데 거짓말을 하고 국민을 속이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김문수 경기지사는 인터뷰 내내 한국 정치의 포퓰리즘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경기도가 올해 편성된 무상급식 예산 860억원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그다. 야당은 “보편적 복지에 대한 철학이 빈곤하다”며 “무상급식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라”고 김 지사를 공격하고 나섰다.

최근 논란에 대한 김 지사의 생각을 듣기 위해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긴급 인터뷰가 이뤄졌다. 그는 “갈수록 세수가 좋아질 가능성이 없는데 빚을 내면서까지 무상급식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야당이 반발하는 것은 무상급식이 표밭이기 때문 아니냐”며 “지금 빚을 내는 건 후대(後代)에 대한 범죄행위”라고 덧붙였다.

김문수 경기지사 "국회 포퓰리즘 이대로 두면 나라 망해…정치 대개혁 필요"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뒤 논란이 거세다.


“경기도가 무상급식 지원하는 학생 수는 130만명이다. 70만명이 서울의 두 배나 된다. 2011년 도의회가 결정한 것을 존중해 지원해 왔지만 재정 상황이 너무 악화됐다. 무상급식 지원은 중단되지만 결식 아동과 저소득층 어린이에 대해 1인당 매일 끼니마다 4500원씩 지원한 것은 계속할 것이다.”

▷재정 상황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

“지난해 2000억원 세수 결손이 났다. 올해는 5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도 마찬가지다. 현재로서는 세수가 좋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 빚을 내거나, 예산을 깎거나 결정해야만 한다. 우리는 우리대로 월급을 깎고 허리띠를 졸라 위기를 넘겨야 한다. 지금 빚내면 나중에 누가 갚냐. 결국 후대에 대한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중앙 정부의 재정 상태도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복지 공약을 원칙대로 실행할 거라고 밝히고 있다.

“세수가 줄어들면 세수에 맞춰 공약을 축소해야 한다. 혹은 증세를 해야하는데 이번에는 실패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은 다 지키고 세금은 안 올리겠다고 한다. 빚도 안 내겠다고 한다. 모순된 얘기다. ”

▷정부가 마련한 세법개정안을 결국 대통령이 반려했다. 정부 정책이 중산층 유리지갑 터는 거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이에 동의하나.

“공약을 이행하려면 증세 외에는 길이 뭐 있나. 하지만 사회적 합의 과정과 논의 과정이 공개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세금을 올리는 건 쉽지 않고 저항이 심하다. 납세자가 못 낸다고 하면 못 받는 거 아니냐. 우리나라 납세자가 세금을 안 내고 혜택을 더 받고 싶어 한다. 이 모순을 정치하는 사람들이 솔직히 말해야 한다.”

▷최근 경제민주화란 이름으로 반(反) 기업적 법안들이 통과됐거나 통과가 예정돼 있다.

“대표적인 법안이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이다. 이 법은 화학물질 관리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기업에 너무 많은 부담을 준다. 최근 디스플레이 업계 대표들을 만났는데 완전히 다 무너지게 생겼다고 토로하더라.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을 7년 한 내가 봐도 심각할 지경이다.”

▷정부가 뒤늦게 경제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이겠다고 했다.

“경제활성화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 지금 세계에서 규제 위주로 돌아가는 나라가 어디 있나. 한국만 시대착오적이다. 일본만 하더라도 계속 규제를 풀려고 한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중앙 정치를 떠난 지 8년이 됐다. 한국 정치를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포퓰리즘이다. 지난 대선 때도 경쟁적으로 포퓰리즘 공약을 내세웠다. 상대당과 비슷하게 안 하면 아예 선택을 못 받는다. 근거 없는 공약이 남발되는데도 검증이 안 된다.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이 대통령 후보 복지공약에 대해 돈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가 선거 개입으로 된통 혼나지 않았나. 선거관리위원회는 아니지만 선거 공약에 대한 검증은 강화돼야 한다. 선거와 정치에 대개혁이 필요하다.”

▷포퓰리즘은 과거 선거에도 있었던 것 아닌가.

“물론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과거에는 고속 성장이 이뤄지면서 재정 여력이 있었다. 반면 복지는 매우 빈곤했다. 하지만 지금은 저성장 장기침체 시대에 돌입했다. 중산층은 점점 줄어들고 복지에 대한 욕구는 강해지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사회가 위험해질 수 있다.”

▷최근 취득세 인하 등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으로 지자체의 반발이 거셌는데.

“근본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세제상 양도세와 취득세를 낮추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문제는 중앙정부가 국가 주택정책을 주도하는 것이다. 이걸 지방으로 넘겨야 한다. 박 대통령이 행복 주택을 공약했지만, 주택 위주의 대통령 선거 공약은 이미 철 지난 이야기다. 주택은 민간이 상당히 잘할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서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너무 많은 권한을 주기에는 지자체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지 않나.

“대한민국의 예산 80%를 중앙 정부가 쓴다. 지자체는 이른바 ‘이할자치’가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면 부산은 해양 수도인데 해수부 예산을 부산에 많이 줘야 한다. ‘사할자치’가 돼야 한다. 가장 신뢰 못할 게 중앙 정부 아니냐. 지자체 호화 청사를 비판하지만 가장 낭비가 심한 청사가 세종 혁신도시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수십년째 금기시되고 있다. 국회에 가면 통과가 안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정부도 100%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을 규제하는 나라가 전 세계에 어디 있나. 일본은 이미 20년 전에 없앴다. 이 문제는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수도권이 안 되면 지방이 잘 된다는 논리는 너무 단순하다. 이런 선동을 정치인들이 한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적을 만들어 표를 얻으려고 한다. 수도권 규제는 지방 자치를 강화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김문수 지사는 누구

김문수 경기지사는 경기도의 첫 재임지사다. 1951년생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가 1974년 민청학련 사건에 휘말리면서 대학에서 제적되기도 했다. 1990년 민중당을 만들어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정치적 노선을 바꿔 1994년 민주자유당에 입당했다. 2년 뒤 민자당 후신인 신한국당 공천으로 제15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경기지사에 출마한 2006년 전까지 3선을 지냈다. 지난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며 지금도 여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 중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정리=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