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독일 대안당
독일 정당 체제는 세계 정치학자들에겐 항상 연구대상이다. 워낙 정당들이 수시로 연합하고 분열하기 때문이다. 신당 창당도 많다. 이런 과정이 학자들에게는 흥미만점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정당 이론이 형성되고 논문이 발표되는 과정에서 독일은 일종의 사례 제공처란 말까지 나온다. 이른바 대중정당이나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소위 포괄 정당 이론도 모두 독일에서 출발했다. 환경을 우선한다는 녹색당 역시 독일이라는 정치공간에서 형성됐다. 2009년 독일 총선에선 디지털화에 따른 전체주의적 글로벌 감시사회에서 인간의 자유를 수호하자는 해적당이 출현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독일을 위한 대안(Alternatvies For Germany·AFG)’당은 오는 9월22일 치러지는 독일 총선을 겨냥해 창당된 정당이다. 한때 세계은행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베른트 루케 함부르크대 교수(정치경제학)가 올 2월에 설립했다. 이 정당은 유로화를 없애고 유로존을 해체하자는 단순한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시장 개입 중단을 촉구하고 그리스 지원은 민간 기업에서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고 못박는다. 국민들의 피땀으로 독일의 경쟁력을 겨우 키운 상황에서 그리스를 위해 350억유로(약 40조원)를 지급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유로존을 만들려면 네덜란드나 폴란드 등 같은 독일 경제권역 국가들끼리만 하면 된다는 것이 대안당의 주장이다.

독일 대안당은 길거리정당도 시민단체 정당도 아니다. 교수 언론인 변호사 등 지식인들이 참여한 정당이라고 자랑한다. 독일의 보수일간지 알게마이네 자이퉁의 전 편집국장인 콘라드 아담 씨는 그렇다고 국수주의자들이 만든 극우정당은 더욱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저 시장과 자유주의를 옹호하며 상식적으로 분별 있는 절제되고 교양인들이 만든 정당이라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과격한 중산층(radical middle class)이 만든 정당이라는 표현을 쓴다. 좌파성향의 정당과도 선 긋기를 분명히 한다. 당원은 현재 2만명 선이며 이 중 86%가 남성이다. 이번 선거에서 노리는 것은 하원 원내 의석 5% 확보다.

물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교민주당(CDU)과 CDU의 자매 정당인 기독교 사회당(CSU)에선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중도우파와 중도좌파의 경합이 치열한 이번 선거에서 대안정당이 보수표를 예상 이상으로 빼앗게 되면 메르켈 정권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프랑스나 남유럽국가들에서 이 정당에 눈을 흘긴다. 대중 정당 체제에 찌들어 있는 것이 한국 정당들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중산층 정당이라고 할 만한 정당이 없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