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원의 '숨은 헌신' 격려…회사내의 작은영웅들을 찾아라
세상에는 이른바 ‘~맨’이 참 많다. 1세대 슈퍼히어로였던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의 인기가 잦아들자 엑스맨 시리즈가 시작됐다. 엑스맨에서는 초능력자가 무더기로 나오더니, 어벤저스에서는 독자적인 시리즈를 가진 슈퍼히어로들이 동반 출연한다. 급기야 아이언맨은 애초 초능력자도 아니고, 슈퍼히어로에 걸맞은 인품도 없는, 망나니 갑부 엔지니어가 주인공이다. 이렇듯 영웅의 모습은 변하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사실은 우리는 영웅에 열광한다는 점이다.

비교적 역사가 짧은 다민족국가 미국은 적극적으로 현대판 영웅을 발굴해 국민 정서를 통합하려고 노력한다. 기차 선로로 뛰어들어 아이를 구한 시민, 총격 현장에서 학생들을 구출한 교사, 전투에서 동료를 지킨 군인은 그야말로 국민적 영웅 대접을 받는다. 반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문화에서는 위인과 영웅이 워낙 많아서 이순신 세종대왕 유관순 정도가 아니면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이제는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일종의 ‘대물집착증’에서 벗어나 우리 주변의 작은 영웅, 숨은 노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기업도 영웅을 발굴해서 이를 가공, 스토리를 제공한다면 직원들의 큰 호응을 받을 수 있다. 작은 영웅들의 행적을 통해서 기업이 기대하는 직원들의 업무방식과 성과 수준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도 있다.

창업주의 기적 같은 스토리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숨은 노력을 발굴, 공유하면 기업의 성과 기준도 높아질 것이다. 일명 ‘스몰히어로(작은 영웅) 스토리텔링’이다. 굳이 작은 영웅으로 범위를 제한한 것은 슈퍼히어로만 생각하다 보면 발굴할 만한 영웅이 너무도 적기 때문이다. 근본부터 다른 슈퍼히어로보다는 나와 닮은 평범한 사람이 작은 영웅이 되는 이야기가 훨씬 큰 공감을 얻는다.

우수형 현대자동차 파트장은 엔진분야 특허만 22건을 갖고 있다. 해외 등록된 특허도 40건에 달한다고 한다. 지방대 출신 엔지니어들이 경기 화성의 연구소에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을 때 우 파트장의 스토리는 큰 영감을 준다. 근무지가 꼭 서울이 아니어도 좋고, 해외 명문대를 졸업하지 않았더라도 괜찮고, 누구나 자기 일을 성실히 하다 보면 달인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꾸게 된다.

이정숙 우리은행 대리는 ‘청약통장의 달인’으로 불린다. 청약저축종합통장을 두 달 만에 1000건이나 유치해 국토해양부 장관 표창까지 받았다. 텔러 행원으로 입사한 그는 10년이 지나도록 창구업무만 해야 했다. 2011년 이순우 행장은 전략설명회 자리에서 그를 무대로 불러내 칭찬하고 일반직군으로 전환하는 사령장을 줬다. 당사자가 기뻐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주변 직원들도 ‘칭찬받을 만한 사람이 칭찬을 받았다’며 함께 기뻐했다. 우리은행은 2012년에도 담당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청원경찰과 텔러행원 등 작은 영웅 4명을 선발해 ‘깜짝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인천 송도지점 청원경찰 정민혁 씨는 보안관리 외에도 상담과 안내를 통해 영업실적까지 올린 점을 인정받아 정식 행원이 됐다.

얼마 전 항공기 착륙사고에서 자신의 부상도 알지 못한 채 승객의 탈출을 도운 이윤혜 아시아나항공 캐빈매니저도 칭찬을 받고 있다. 그는 사고현장을 지키다가 마지막에야 응급의료진의 권유로 병원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꼬리뼈가 부러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건을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은 탑승객의 말을 인용, “작은 체구의 소녀 같은 승무원이 기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부상한 사람들을 부축했다. 그는 울고 있었지만 눈물을 흘리면서도 침착했고, 사람들을 도왔다”고 전했다. 회사로서는 난감한 사고였지만, 한 직원의 영웅적인 행동은 그나마 위로가 된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직접 만난 작은 영웅 이야기도 있다. 7호선 반포역 6번 출구 앞에는 커피전문점이 하나 있다. 지난해 어느 날 아침 매장을 찾아가 샌드위치와 커피를 주문했다. 그런데 그날 같이 간 아내가 실수로 커피를 엎지르고 말았다. 매장 직원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종이타월을 달라고 하자 직원이 친절하게 응대하면서 질문을 했다. 혹시 카페라테를 주문하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 곧 이어 직원은 종이타월을 가지고 와서 엎질러진 커피를 닦았고, 1분여 뒤에 카페라테를 한 잔 들고 나타났다. 새로 받은 커피를 맛보라면서. 이 사건을 계기로 필자는 반포역 이 매장의 열성팬이 됐다.

어느 회사에나 충성스럽게 일하는 작은 영웅들이 있다. 그들은 대부분 핵심 부서에서 일하는 명문대 졸업생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헌신과 수고는 주변 직원들에게 감동을 주고, 근무의욕을 북돋는다. “내가 당신 나이 때는 말이야…”를 반복하는 리더들에게 조심스럽게 권한다. 자신의 이야기 대신 묵묵히 수고하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발굴해 스몰히어로 스토리텔링을 시도해 보라고.

그들의 스토리가 헌신과 성과의 기준을 끌어올릴 것이다.

김용성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