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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양 '두 얼굴의 거리'…그대와 걷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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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헝가리 부다페스트
     어부의 요새에서 본 페스트 지역.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국회의사당이다.
    어부의 요새에서 본 페스트 지역.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국회의사당이다.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3시간을 달려 동유럽 기차여행의 종착역 켈레티역에 도착했다. 부다페스트는 다뉴브강 서쪽에 자리잡은 부다지역과 강 동쪽인 페스트 지역으로 나뉜다. 중앙역 역할을 하는 두 개의 역은 모두 페스트 지역에 있다. 동쪽에 있는 켈레티역에 내렸지만 일부러 부다페스트 서역(nyugaty palyaudvar)을 찾아갔다. ‘철의 마법사’라 불리는 구스타프 에펠이 설계, 시공한 서역은 에펠탑과 견줄 정도로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부다페스트는 다뉴브강을 사이로 양분된다. 고지대인 부다 지역은 귀족과 부호들의 영역으로, 페스트 지역은 서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발전했다. 1849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중 하나인 세체니다리가 놓이면서 두 지역은 ‘부다페스트’라는 지금의 이름을 얻게 된다.

    낮의 페스트, 도시가 주는 낭만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손꼽히는 세체니다리.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손꼽히는 세체니다리.
    베를린에 거주하는 가난한 예술가들이 물가상승으로 거처를 옮긴 곳이 부다페스트라는 설명을 들은 기억이 난다. 베를린이 젊은 예술가들의 입성과 함께 도시 분위기가 크게 변한 것처럼 부다페스트 역시 예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옷을 갈아 입고 있는 중이다.

    들은 풍월을 눈으로 확인한 곳은 브로디하우스(brodyhouse.com)다. 겉모습은 부티크 호텔이지만 속살은 복합 문화공간이다. 건물 1층에 갤러리가 별도로
    에펠탑을 설계한 구스타프 에펠의 작품인 부다페스트 서역.
    에펠탑을 설계한 구스타프 에펠의 작품인 부다페스트 서역.
    있지만 객실에도 구석구석 클래식과 모던함을 넘나드는 온갖 디자인 소품과 인테리어가 펼쳐져 있어 눈이 즐겁다. 단기투숙, 장기투숙 모두 가능한 이곳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삶을 나누고 파티를 즐기는 곳이다.

    x6갤러리(x6gallery.hu)는 사진거장 만 레이와 안드레이 거스키를 비롯해 전 세계 작가 160명의 오리지널 프린트, 리미티드 에디션 등의 작품을 무려 1600점 이상 보유하고 있는 갤러리다. 헝가리는 전장 사진가 로버트 카파의 조국이다. 이 곳은 헝가리 사진가들의 인큐베이터 및 허브 역할도 하고 있고 다양한 사진집을 싸게 판매한다.

    x6갤러리 근처 공원이 소란스럽다. 헝가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록밴드의 공연이 있다는 가이드의 말에 발길을 돌렸다. 언뜻 보기에도 ‘록 스피릿’ 충만한 차림의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이 공원은 한 손엔 맥주, 다른 한 손엔 담배를 들고 음악에 취한 사람들이 가득한 부다페스트 보헤미안들의 집결지다.

    음악에 맞춰 발을 동동 구르느라 땀이 흥건해졌다면 다음 코스는 단연 온천이다. 헝가리 온천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헝가리 전 지역에 1000여개, 부다페스트에만 100여개가 넘는 온천이 있다. 그중 세체니온천(szechenyibath.com)은 부다페스트 내에서 가장 크다. 네오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운 건물 내부에 12개의 온천탕과 10개의 사우나가 있고 건물 외부에는 3개의 수영장이 있다.

    물놀이로 허기진 속은 헝가리 대표음식 구야시로 달래면 된다. 우리는 대게 굴라시라고 발음하는 이 마성의 음식은 소고기와 양파 고추 파프리카 등을 넣고 끓인다. 맛과 향뿐만 아니라 색감까지 우리 육개장과 매우 흡사하다.

    일몰의 부다, 이보다 더 우아할 순 없다

    세차니다리를 건너 부다지역으로 이동하는 가장 완벽한 시간은 해가 뉘엿거릴쯤이다. 하늘의 색감은 태양의 궤도를 따라 초를 다투며 변한다. 세 남녀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영화 ‘글루미 선데이’의 화면 속 풍경 그대로다. 다리 건너편에 나란히 늘어선 부다왕궁, 마차시성당, ‘어부의 요새’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줌인 되는 풍경은 말문이 막히게 아름답다. 사람들은 이 도시를 ‘동유럽의 파리’라고 부르지만, 파리보다 훨씬 기품 있고 우아하다.

    부다 지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은 ‘어부의 요새’다. 고깔 모양을 한 일곱 개의 탑(건국에 관련된 일곱 부족을 상징)이 동양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요새의 아름다움은 회랑을 따라 낸 아치형의 창에서 절정을 이룬다. 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은 도나우강 옆으로 늘어선 페스트 지역이다. ‘어부의 요새’ 옆에 우뚝 솟은 건물은 마차시성당이다. 13세기 중반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이 성당의 원래 이름은 성모마리아성당이었으나, 마차시왕이 증축한 남쪽 탑에 왕가의 문장과 머리카락이 보관된 이후 이름이 바뀌었다. 헝가리 국왕의 대관식을 비롯한 주요 행사가 이곳에서 거행됐다.

    젊음 발산하는 밤의 페스트

    밤이 되면 고요해지는 부다와 반대로 페스트 지역은 어두워질수록 활기를 더한다. 세체니다리 건너편, 시내 중심가의 엘리자베스광장 주변으로는 수많은 펍들이 즐비하다. 전 세계에서 몰려온 여행자와 부다페스트의 젊은이들이 아무데고 털썩 주저앉아 맥주를 마시는 풍경이 자유롭다. 조금 더 늦은 밤엔 엘리자베스광장에서 1㎞ 거리의 심플러클럽(szimpla.hu)으로 가보자. 허물어져 가는 건물을 개조해 거대한 규모의 바를 만들어 루인바(ruinbar)라고 부르기도 한다. 휴일 밤, 페스트에서 가장 뜨겁고 활기찬 장소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는 부다페스트지만, 다음 여행을 시작하는 도시 역시 부다페스트가 될 것이다. 부다페스트는 언젠가 꼭 다시 와야 하는 셀 수 없는 이유들이 가득하다. 부다페스트를 시작으로 칙칙폭폭 여행을 떠나는 새로운 꿈을 꾸며 동유럽 기차여행의 막을 내린다.

    여행팁

    동·서양 '두 얼굴의 거리'…그대와 걷고 싶어라
    언어는 헝가리어를 쓴다. 헝가리어는 마치 퍼즐 같은 느낌이다. 한 가지 친근한 점은 이름을 우리와 같은 형태로 나열한다는 것. 영어 소통은 대체적으로 원활한 편이다. 화폐 단위는 포린트이며 지난달 말 기준 1포린트는 4.95원.

    대중교통은 택시, 트램, 버스, 지하철이 있다. 유럽 대륙에서 최초로 지하철을 개통한 철도의 나라다. 택시는 바가지 요금에 주의해야 한다. 부다페스트는 규모가 매우 큰 도시라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법을 숙지해야 한다. 브라티슬라바에서 부다페스트까지는 동유럽패스를 이용했다. 동유럽패스는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를 아우르는 동유럽의 철도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는 패스다. 자세한 정보는 레일유럽 홈페이지(raileurope.co.kr) 참조.

    부다페스트(헝가리)=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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