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안 해도 괜찮아, 머물러야 보이는 겨울 마르세유 [서숨의 카메라 너머의 여행]
여백이 있는 도시의 무한한 매력
많은 사람들이 남프랑스를 여름의 햇살과 휴양지의 이미지로 기억한다. 하지만 겨울의 마르세유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춥지 않은 공기, 한층 느려진 시간, 그리고 여행자보다 현지인의 일상이 더 많이 보이는 거리. 화려함 대신 여백이 남아 있는 계절의 풍경 속에서 오히려 이 도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마르세유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멀지 않다. 파리에서 고속열차 테제베(TGV)를 타면 약 세 시간 만에 도착하고, 경유 항공편을 이용해 바로 들어올 수도 있다. 근래 몇 년 간은 가을마다 뜨는 대한항공 직항 전세기로 이 오래된 항구 도시가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다.
도시의 한 장면이 되는 순간
도시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시선이 향하는 곳은 언덕 위에 자리한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대성당이다. 낮에는 햇빛을 머금은 바다와 붉은 지붕들이 한눈에 펼쳐지고, 해질녘에는 도시 전체가 천천히 금빛으로 물든다. 그 풍경 앞에 서 있으면 여행자가 아니라 이 도시의 한 장면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맛과 향으로 남는 마르세유
여행은 때때로 우리를 멀리 데려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삶을 더 선명하게 바라보게 만들기 위해 찾아온다. 남프랑스의 겨울 항구에서 보낸 시간 역시 그랬다.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풍경 하나가 한 해의 시작을 충분히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떠나는 아쉬움 보다 이곳에 다시 돌아오리라는 예감이 더 또렷했다. 여행은 끝나도, 마르세유의 겨울은 그렇게 마음 속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