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꼬리칸 주민 74%를 죽이라 명령한 까닭은
윌포드는 왜 꼬리칸 주민의 74%를 죽이라고 명령했을까.

우선 <그래프2>를 보자. 이 그래프는 노동투입량(L)과 식량(Y)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맬서스가 인구론에서 가정한 경제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곡선인 생산곡선(AP)은 L명의 사람이 일해 얻을 수 있는 생산량을 뜻한다. 생산량은 ‘수확체감의 법칙’에 따라 직선이 아닌 볼록한 모양의 곡선이 된다. 추가적인 노동 투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식량의 양이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SB선은 L명의 사람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식량을 나타낸다. 생산량과 달리 소비량은 인구가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늘어나기 때문에 우상향으로 뻗은 직선이 된다.

[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꼬리칸 주민 74%를 죽이라 명령한 까닭은
현재 설국열차 상황은 L2라고 볼 수 있다. 이 열차 안의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식량의 양은 AP선 위 C점을 따른다. 하지만 현재 필요한 식량은 SB선 위의 D점을 따르는데 이는 C보다 한참 위에 있다. 생산된 식량의 양이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양보다 적은 상황이다. 이 경우 인구는 자연스레 감소해 E의 위치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생존에 필요한 식량보다 더 많이 생산할 경우(L1)는 반대로 인구가 늘어나 E로 이동할 것이다. 그래서 AP선과 SB선이 만나는 E점을 ‘맬서스균형점’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과정은 질병, 기아 등을 통해 점차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설국열차의 독재자였던 윌포드는 인위적인 방법으로 단기간에 균형점에 도달하려고 했다. 꼬리칸의 인구 74%가 L2와 L0의 차이였던 셈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