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학비료 시장 8년 카르텔 깨졌다
세계 화학비료 업계의 석유수출국기구(OPEC)처럼 군림해온 유럽 비료시장의 초대형 기업 간 담합(카르텔) ‘벨라루스 포타시 코퍼레이션(BPC)’이 깨졌다. 러시아 최대 칼륨비료(염화칼륨과 황산칼륨 등 칼륨 성분이 함유된 칼리질 화학비료) 회사인 우랄칼리가 BPC 탈퇴를 전격 선언했기 때문이다.

3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랄칼리의 블라디슬라프 바움거트너 최고경영자(CEO)는 “BPC의 또 다른 회원사인 벨라루스의 칼륨비료업체 벨라루스칼리가 우리 회사와의 사전 합의를 어기고 다른 곳에 비료를 판매했다”며 “BPC와 우랄칼리의 협력 관계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바움거트너는 “이번 결정으로 우랄칼리에서 판매하는 칼륨비료 가격이 t당 400달러대에서 300달러대로 약 25%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판매를 늘려 손실분을 만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칼륨비료는 식물의 뿌리를 튼튼히 하고, 과실의 색과 모양 및 당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료업계에선 우랄칼리의 BPC 탈퇴가 향후 세계 칼리질 비료시장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칼륨비료의 주성분인 칼륨(K)이 캐나다와 호주, 러시아 등 세계 12개국에서만 생산되는 특수성 때문이다. 번스타인증권의 제러미 레데니우스 애널리스트는 “우랄칼리의 BPC 탈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에서 나간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칼륨비료 시장의 카르텔은 유럽 BPC와 북미 지역 ‘칸포텍스(Canpotex)’로 양분되며, 이들이 칼륨비료 생산과 가격 결정 등을 독점한다. 2005년 형성된 BPC는 세계 칼륨비료 시장의 43%를 차지한다. 양측은 서로의 영역을 될 수 있는 한 침범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랄칼리의 BPC 탈퇴 소식에 우랄칼리를 비롯한 각국 동종업계 회사 주가가 비료가격 하락 우려로 곤두박질쳤다. 한국비료공업협회는 “국내 칼륨비료와 원료 수입 비중은 칸포텍스 쪽이 높다”며 “이번 사태가 국내 비료시장에 미칠 영향은 아직은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