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단식농성 돌입…노사갈등 장기화 가능성

이건호 신임 국민은행장이 노동조합의 반발에 부딪혀 열흘째 출근을 못한 채 '호텔 집무'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이 행장 퇴진을 요구하면서 단식 농성에 돌입, 국민은행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조의 박병권 위원장과 백운선 수석부위원장이 지난 29일부터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아침마다 이 행장의 출근길을 막아서면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2일 시작된 출근 저지는 이날로 10일째다.

박 위원장은 "(사측의 대화 요청과 무관하게) 우리는 우리 계획대로 간다"며 "사측이 문제점을 정확히 안다면 제대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문제 삼는 부분은 임영록 신임 KB금융지주 회장이 내부 출신을 행장에 앉히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외부 출신으로 볼 수 있는 이 행장을 선임했다는 것이다.

이면에는 최근 이 행장이 단행한 국민은행의 임원 인사가 옛 주택은행 출신에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데 대한 국민은행 출신의 불만도 작용했다는 해석이 많다.

오는 12월 치러지는 노조위원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 행장은 노조의 출근저지로 시내 한 호텔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하고 부행장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그는 "조직 안정과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시기에 집무실로 출근하지 못한다고 행장으로서의 업무를 하루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다만 노조와의 물리적 충돌이나 사법적 대응은 현재로선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은 회장·행장이 바뀔 때마다 거의 빠짐없이 노조가 출근저지에 나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임 회장에 대한 출근저지가 10일간 이어졌으며, 2010년에는 어윤대 당시 회장이 30일간 노조에 가로막혀 출근하지 못했다.

국민은행 안팎에선 노사가 최근 물밑 대화에 착수, 조만간 합의를 끌어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김승욱 기자 zheng@yna.co.krksw0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