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부 주최 정전60주년 행사에 인파..`한미 동맹' 재확인

"60년전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전우들이 보고싶다.그들도 이곳에 있어야 하는데.."

미국 국방부가 27일(현지시간) 오전 워싱턴DC내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에서 개최한 '정전협정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존 콜(86)씨는 시종 감회어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무시무시한 '인해전술'로 압박해온 중공군 7개 사단과 싸우느라 수많은 미군들이 숨져간 1950년 겨울 함경남도 개마고원의 장진호 전투에서 살아남은 참전용사다.

미국에서 '잊혀진 전쟁'으로 치부된 한국전은 참전용사들에게도 그다지 영광의 전쟁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내 분위기는 크게 바뀌었다.

미군의 희생을 발판으로 한국이 60년 만에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뤄내자 "2차 세계이후 미군이 싸운 전쟁 가운데 가장 값진 전쟁 아니냐"는 여론이 제기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흐름은 이날 행사장 곳곳에서 실감 나게 느낄 수 있었다.

오전 일찍부터 한국의 전통공연과 미국 해병대의 군악연주, 참전용사 기념비 헌화가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려들었다.

미국인들은 한국전에 대해 "너무나 오랫동안 간과됐다"면서 "이제 제대로 평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이날 정전기념식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전은 승리한 전쟁"이라고 분명히 규정했다.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로 축사를 시작한 오바마 대통령은 '잊혀진 전쟁'으로 불린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귀환모습을 압축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2차대전 참전자들처럼 영웅으로 환영받지 못했으며 그렇다고 베트남 전쟁 참전자들처럼 시위하지도 않았다"면서 "그러나 어떤 전쟁도 잊혀지지 않으며 어떤 참전용사도 소홀히 취급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울러 "5천만 한국인들이 자유와 생동감 넘치는 민주주의, 역동적 경제에서 살고 있는 것이 바로 승리이자 여러분이 남긴 유업"이라고 치하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기서 한국전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부산 경계선을 어떻게 방어했고, 인천이 전쟁의 물길을 어떻게 바꿨으며, 장진호 전투에서 어떻게 빠져 나왔는지 교훈을 들을 수 있다"고 한국전의 장면장면을 생동감있게 묘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역시 힘이 있었다.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안 7천명의 청중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박수를 치며 열렬하게 화답했다.

행사장 단상에는 '기억되는 영웅들'(heroes remembered)'이 크게 적혀있었다.

잊혀진 영웅들을 60년 만에 '승리한 영웅들'로 되살려 내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실감나게 느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행사장에 오기 전 한국전 참전기념비에 헌화했다.

환영사나 축사에 나선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나 샐리 주얼 내무장관, 에릭 신세키 보훈장관 등 미국측 인사들도 하나같이 "잊혀진 승리를 기억하자"거나 "미국이 동맹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열었다"고 한국전의 의미를 강조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특사단장으로 참석한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은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희생은 헛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전은 결코 잊혀진 전쟁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미국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백선엽(93) 예비역 대장이 연단에 등장하자 미국의 참전용사들은 곳곳에서 일어나 경의를 표했고, 청중들도 박수를 보냈다.

한국전 당시 미국 2시단 제503 야전 포병대대에 배속돼 북한군과 싸웠던 찰스 랭글(민주·뉴욕) 연방 하원의원은 "알지도 못하는 나라, 한번도 만나 보지도 못했던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싸웠다"면서 "한국전은 잊혀진 전쟁이 결코 아니며, 이런 자리에 함께한 오바마 대통령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전투중 공산군에 잡혀 포로수용소에 수감됐다 정전 이후 풀려난 보니타 스프링스 씨도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격스럽다"며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자원봉사를 맡은 '해병 소년부대'의 일원인 브룩스라는 소년은 "미국은 물론 한국의 영웅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면서 "너무나 의미있는 자리에 있게돼 기쁘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우탁 노효동 특파원 lwt@yna.co.kr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