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신종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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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천자칼럼] 신종 직업](https://img.hankyung.com/photo/201307/01.7682408.1.jpg)
직업의 흥망사, 발달사는 곧 산업의 부침, 경제의 발전과정과 궤를 같이한다. 가령 17세기 초 유럽에선 동인도주식회사가 출범했다. 소유와 리스크를 분산하는 주식회사라는, 인류 경제발전사에 기념비적인 시스템이 이때 등장한 것이다. 주식회사라는 대발명품이 고리가 됐을까. 18세기 후반 영국에서는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이 치솟는다. 이런 대변혁들은 필연적으로 새 직업들을 대거 만들어냈다. 항해와 기계기술자, 회계와 증권 전문가, 세일즈맨과 창고관리인, 해외주재자…. 20세기 끝무렵 IT혁명도 직업의 세계에 또 한 번 대폭풍을 불러일으켰다. 인터넷과 사이버 공간의 무수한 전문가집단에 온갖 소셜미디어 직종까지. 인류는 그 물결 속으로 전진하며 일신우일신 새 세상을 체험 중이다. 과연 멋진 신세계로 인도할지 의심도 품은 채.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직업은 한층 다양해진다. 정부가 국제표준직업분류(ISCO) 방식을 원용해 한국표준직업분류표를 만든 배경이다. 통계, 고용, 교육정책 등에 두루 활용되는 게 이 분류법이다. 한국직업사전에 따르면 국내에는 1만1655개(2011년)의 직업이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 집계이니 정부의 공식통계다. 꽤 많아 보이지만 미국(3만654개 ) 일본(1만7209개 )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엊그제 고용부가 새 직업 100여종을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놨다. 고인이 생전에 인터넷에 남긴 흔적들을 깨끗이 청소해주거나 특정 자료만 찾아 유족에게 넘겨주는 직업(사이버 언더테이커), 각종 악취를 판명하고 사람 몸에 이로운 향기만 발굴하는 일(냄새판정사), 이혼이벤트와 법적 절차를 관리하고 설계해주는 도우미(이혼플래너)…. 대개 선진국에서 이미 인정받는 직업들이다. 경제·기술적 변천에 변한 사회상이 반영됐다.
직업을 인위적으로 발굴해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노력이 눈물겹다. 의욕은 가상하지만 그래서 과연 일자리를 몇 개나 만들어낼까. 기업이 활개치게 해놓으면 새 직업, 새 일자리는 절로 나올 텐데…. 동인도 주식회사와 산업혁명 때 증기기관이 그랬던 것처럼.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