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주소 표기 제도인 ‘도로명 주소’가 전면 시행을 5개월가량 앞두고 있지만 국민 10명 중 1명 정도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도로명 주소가 내년부터 시행되면 공공기관에서 종전 주소가 모두 사라지게 돼 국민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 외 쓰는 곳 거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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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우편물의 도로명 주소 평균 사용률은 15.8%에 그쳤다. 전국 9개 지방우정청 기준으로 보면 제주 지역이 29.3%로 가장 높았고 경북이 13.6%로 가장 낮았다. 서울도 15.1%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기존 지번 주소와 도로명 주소를 함께 사용한 비율이다. 도로명 주소만 기재된 우편물은 전국 평균 8.4%다.
도로명 주소 사용률은 2011년 말(9.2%), 지난해 말(12.2%)과 비교해 소폭 올랐지만 전면 시행 5개월을 앞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미흡하다. 공공기관의 경우 2011년 7월29일부터 도로명 주소를 의무 사용토록 한 점을 고려하면 민간 기업 및 일반 국민의 도로명 주소 우편물 기재율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당시 도로명 주소를 전국에 동시 고지한 이후 법정주소 효력을 갖도록 했지만 실제 새 주소가 쓰이는 곳은 공공기관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는 게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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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명 주소는 1997년 도입이 결정됐다. 1910년 일제의 토지조사로 부여된 토지번호 중심 지번주소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2012년부터 새 주소를 시행할 방침이었으나 2011년 관련법을 바꿔 2014년으로 2년 연장했다. 국민의 인지도가 낮고 사용률이 저조하다는 이유에서다.
○공무원도 낯설어하는 새 주소
안행부는 기존 주소와 새 주소를 섞어 쓰는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내년 1월부터 도로명 주소를 전면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일선 구청 등 행정 분야나 법원 등 법조 분야 등 모든 공공분야는 새 주소만 써야 한다. 안행부는 금융·통신 분야 등 민간기관은 전면 시행이 이르다고 보고 혼용을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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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행부는 연말까지 민간기관에 도로명 주소 사용을 권고하는 등 새 주소를 적극 홍보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송경주 안행부 주소정책과장은 “100여년간 써 온 주소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며 “전면 시행 이후라도 민간 분야에서는 한동안 혼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주소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은행이나 쇼핑몰 등 민간 기업이 앞장서야 도로명 주소 전면 시행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도로명 주소를 낯설어하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 서울지역 구청 공무원은 “새 주소는 다른 구의 명칭이 붙은 ‘OO대로’가 우리 구 주소인 경우도 많다”며 “주민을 접하는 동주민센터 공무원들도 새 주소에 낯설어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올 들어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에 도로명 주소 스티커를 부착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25개 자치구 간부 대부분 이를 부착하지 않은 것이 서울시 자치구 부구청장 회의에서 밝혀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