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주 "옛날같으면 고려장 나이에 새내기 소설가 됐어요"
강남주 전 부경대 총장(사진)이 74세에 새내기 소설가로 등단했다. 자신의 표현대로 ‘고려장 할 나이’를 넘어서 신인 소설가의 명찰을 새로 달았다. 그래서 문단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강 전 총장은 종합 계간문예지인 ‘문예연구’ 제61회 신인문학작품 공모전에서 소설 부문으로 당선됐다. 수상작인 단편소설 ‘풍장의 꿈’은 최근 발간된 ‘문예연구’ 여름호에 실렸다.

그는 ‘해저의 숲’을 비롯해 지금까지 9권의 시집을 낸 원로시인이다. ‘중심과 주변의 시학’ 등 평론집도 3권이나 펴냈다. 부산문화방송과 동양방송 기자를 거쳐 1978년부터 부경대 교수(국문학과)로 재직하다 2000년부터 4년간 총장을 지낸 뒤 2004년 정년퇴임했다. 2009년엔 ‘부산의 문화 수장 자리’인 부산문화재단 초대 대표도 맡았다.

그런 강 전 총장이 왜 새내기 소설가로 등단한 것일까. “소설가가 정말로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려장 할 나이에 ‘신인 소설가’로 나선 겁니다. 소설 분야에서도 새롭게 인정받았다는 것이 기쁩니다.”

70대 중반의 나이에 새롭게 시작한다는 건 어떤 의미였을까. 그는 “새로 시작한다는 말은 가능성을 굴착한다는 의미”라며 “무모함은 창조를 향해 도전한다는 뜻의 다른 말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강 전 총장의 작품 ‘풍장의 꿈’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노년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심각한 생의 화두로 마주치게 되는 죽음에 대한 성찰과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홀로 지내는 주인공의 거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자식들과의 긴장과 갈등을 통해 죽음에 대한 철학을 예비하는 모습이 절실하면서도 뭉클했다”고 평가했다.

강 전 총장은 “우리는 이미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다”며 “앞으로 그 세계의 속살을 더듬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