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화질 4배…UHD 방송시대 열린다
CJ헬로비전 등 국내 케이블업체들이 고화질(HD) 방송보다 화질이 네 배 이상 선명한 초고화질(UHD) 방송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세계에서 처음이다. UHD 시대로 가는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등이 보급형 UHD TV를 내놓고 영화·방송사들도 속속 UHD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다.

○내년 하반기 UHD방송 나와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등 5개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는 17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케이블 UHD 시범방송 개시 행사를 열었다.

UHD 방송(4K:3840×2160~8K:7680×4320)은 HD(2K:1920×1080)보다 화질이 네 배 이상 선명하다. 다채널(5.1채널 이상) 오디오를 재현해 음질도 뛰어나다. 3차원(3D) 안경을 착용하지 않고도 3D 방송을 보는 것과 같은 영상을 체험할 수 있다. 화상전화 인터뷰 형태로 이날 행사에 참여한 부산 해운대구의 시범가구 시청자 김순남 씨(37)는 “우리집 거실이 아이맥스 영화관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케이블업체들은 UHD 방송 전용 채널을 개설, 일반가정에 시범 서비스를 제공한다. 내년 상반기 시범 서비스를 확대한 뒤 하반기 상용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2017년까지 5년간 콘텐츠 등에 72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케이블업계는 UHD 시장을 선점해 통신업체들이 운영 중인 인터넷TV(IPTV)에 반격을 가한다는 전략이다. IPTV업체들은 자본과 마케팅력을 내세워 케이블업계가 장악한 유료방송 시장을 잠식해왔다.

○미래부 UHD 활성화 지원 사격

케이블업체들은 최근 UHD 방송 상용 일정을 2015년에서 내년으로 대폭 앞당겼다. 미래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미래부는 최근 ‘차세대 방송기술 로드맵’을 수정했다. 지난 4월 발표한 로드맵보다 상용화 시기를 6개월~1년가량 앞당겼다.

미래부가 상용화 시기를 조정한 것은 자칫 세계 시장에서 UHD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프랑스와 일본 등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에 밀려 고전을 거듭했던 소니 등 일본 전자업체는 UHD TV 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일본 정부는 차세대 방송기술 개발 예산으로 31억엔(약 347억원)을 책정해 지원 사격에 나섰다.

UHD가 경제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높을 것이란 점도 정부가 지원에 나선 배경이다. TV와 셋톱박스 부품 등 제조업체뿐 아니라 플랫폼 콘텐츠 등 생태계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행사에 참석한 최 장관은 “케이블 UHD 시범방송으로 세계 UHD 방송을 선도하게 됐다”며 “정부는 UHD 콘텐츠 제작, 기술 개발 및 표준화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TV와 콘텐츠 보급

UHD 서비스가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TV와 콘텐츠 보급이 관건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6월부터 55형, 65형 보급형 UHD TV 판매에 들어갔다. 가격은 800만~1000만원대다. 기존 2000만~4000만원대의 84형, 85형에 비해 가격을 크게 낮춘 것이다.

UHD 콘텐츠도 나오고 있다. 영화 제작사들은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UHD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오는 8월 개봉 예정인 봉준호 감독의 신작 ‘설국열차’도 UHD급으로 제작했다. 방송 드라마 가운데서는 ‘각시탈’ ‘추노’ ‘아랑사또전’ 등을 UHD급으로 만들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