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열릴 개성공단 정상화 3차 실무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지난 11일 우리에게 보낸 전통문을 공개했다. 북한은 이 전통문에서 “개성공업지구 문제가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 전반적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일종의 협박성 주장을 내놨다. 북한은 또 “금강산 관광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제의 보류 등 개성공단이 해결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에서 어떠한 진전도 있을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지간히 다급했다는 의미겠지만 이 말들은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금강산 관광이나 이산가족 상봉을 개성공단의 돈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라면 유감스러운 일이고 남북관계의 진정성이 개성공단 문제 해결에 달렸다는 뜻이라면 맞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개성공단 교역 규모가 작년 20억달러로 북한 전체 교역량의 5분의 1을 넘는다. 북한에서 가장 좋은 일자리인 개성의 고용 인력만도 5만명이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 등이 급하다고 해서 개성공단을 얼렁뚱땅 재개할 수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적당히 타협해 정상화시켰다가 일방적 약속파기로 또 공단 가동이 중단되는 악순환을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개성공단 조업중단 조치가 위기를 조성해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위한 협박이었다면 북한에 더 이상의 희망은 남아 있지 않다. 그런 경우라면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완전히 폐쇄할 수 있는 선택지만 남아 있다고 말해야 하지 않겠는가.

북한 당국은 오늘 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지적한 상식과 국제규범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 투자자에 대한 안전보장과 재산권에 대한 철저한 보호, 손해 배상 등을 확실하게 천명해야 마땅하다. 민족 운운하는 논리는 그동안 북한의 일방적이고도 위협적인 행동이 잘 보여준 그대로 더 이상은 작동하지 않는 낡은 시대의 논리다. 근로자들의 인건비를 가로채는 것도 국제 규범 위반이다. 이런 조건들이 선결되지 않으면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더는 과거의 전술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 당국은 직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