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달 소유권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이 로켓을 이용해 달나라로 가는 내용의 SF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를 쓴 것은 1867년이었다. 소설 속의 로켓은 초대형 포탄으로 그려져 있지만 거대한 대포로 쏘아올린다는 점에서 지금의 첨단 로켓과 원리는 같다. 그의 공상은 한 세기 후에 현실로 이뤄졌는데, 소설 속의 포탄과 우주선의 모습이 빼닮았다. 그가 탄도 계산에서 제시한 숫자도 유인 우주선의 달 비행시간과 맞아떨어졌다. 착륙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스플래시다운(우주선의 해상 착수)이라는 방법을 생각해낸 점도 놀랍다.

이런 기발한 상상력을 가졌던 그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바로 달나라 소유권 문제다. 실제로 데니스 호프라는 미국 남자가 1980년 샌프란시스코 법원에 달의 소유권을 청구해 승소한 뒤 달나라 대사관을 세우고 달 분양 사업을 벌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30여년간 193개국 570여만명에게 토지 소유권 한 건당 24달러씩 6억에이커 이상의 ‘우주 땅’을 팔았다.

그보다 먼저 달의 소유권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1996년 독일의 한 연금생활자가 “1756년 프리드리히 2세가 우리 선조에게 달을 하사했고 문중 소유로 상속해 왔다”며 미국에 자신의 법적 권리를 존중해달라고 요구했다.

미국 의원 두 명이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지를 ‘34번째 미국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는 소식에 전 세계 네티즌이 흥분하고 있다. 아폴로 11호(1969년)부터 17호(1972년)까지 미국 달 탐사팀이 남긴 흔적을 국립역사공원으로 지정하자는 것인데, 미국인들조차 “우리가 가보지도 못 하는 달에 세금을 들여 국립공원급 관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가 3년 전 예산을 아끼기 위해 우주탐사는 민간에 맡긴다고 발표했지만 최근 중국이 탐사에 열을 올리자 달의 상업·군사적 효용을 놓고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도까지 덤비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더욱이 달 표면에 있는 헬륨-3는 차세대 핵융합발전 연료로 쓰일 특급자원이 아닌가.

달의 소유권을 특정 국가가 갖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유엔의 달조약도 ‘국가의 영유·소유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기업들이 ‘무주공산’인 달 산업에 앞장서고 있다. 이미 영국 우주여행기업 엑스칼리버 알마즈는 달까지 왕복하는 첫 우주여행 상품을 2015년 선보인다고 발표했고, 스페이스X는 반값에 우주선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손님을 끌고 있는 판이다. 앞으로는 달 사용권을 놓고 특정 국가나 기업들이 다툴지도 모르겠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