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사고를 조사 중인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조사 진행상황을 과도하게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세계 최대 조종사 노조단체인 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는 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NTSB가 조종석 대화 녹음장치의 세부 데이터를 공개한 것은 당혹스럽다”면서 조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이렇게 많은 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조사관들이 기내 녹음장치의 정보를 섣불리 공개해서는 안된다는 건 의무사항”이라며 “과거에도 이런 정보공개가 잘못된 결론을 끌어내 조사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언론보도에서 볼 수 있듯이 과잉 정보공개는 조사 결과에 대한 억측을 낳을 수 있다”면서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조사가 우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협회는 “현장 사고조사가 시작된 지 아직 채 사흘도 되지 않았고, 조종사들은 사고 당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기회도 거의 갖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NTSB의 조사가 조종사의 과실로 몰아가고 있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NTSB는 이와 함께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날 사고현장을 보고 부상자를 위로하러 샌프란시스코를 찾은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내외신 기자 브리핑을 계획했지만 취소했다. NTSB는 윤 사장이 국내에서 “조종사 실수는 아닐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했고 객실 승무원을 언론에 노출시킨 데 대해서도 아시아나 측에 항의했다.

미국의 일부 언론들은 한국의 문화를 사고 원인으로 연결시키기도 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