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목이 부러져 병원에서 CT촬영을 하고 귀국했습니다. 회사 출장길이었는데 너무 당황스러워 인터뷰를 못하겠어요” 사고로 목 부상을 입고 휠체어를 탄 채 입국장에 들어선 30대 여성은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가 난 순간 쾅 하는 소리를 듣고 정신을 잃었어요. 깨고 나니 끼고 있던 안경도 사라져 찾을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몸이 불편해 진료를 받으려고 귀국했습니다.” 회사 연수를 받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던 50대 남성 강모씨도 연수를 포기하고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착륙사고를 일으킨 아시아나기 탑승객 7명이 2차로 9일 저녁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아시아나항공 정기편(OZ213)에 탑승한 5명은 오후 5시35분에, 대한항공 정기편(KE024)을 이용한 2명은 오후6시10분에 도착했으며 이로서 탑승객 77명 가운데 18명이 귀국했다.

비교적 가벼운 부상으로 귀국길에 올랐던 이들은 각자 인천공항에서 가족을 만났다. 1차 탑승객들이 귀국한 8일에는 구급차 2대가 탑승객들을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이날은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아 구급차가 대기하지는 않았다.

아시아나 항공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40대 초반 여성은 “사고를 당한 후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친지 집에서 머물고 있었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휠체어에 탄 채 오른손목에 붕대를 감은 40대 남성도 “사고 후 아시아나항공의 조치를 받지 못해 다니고 있는 회사 지원으로 조치를 받았다”고 말했다. 30대 초반의 한 여성도 “같이 비행기에 탄 일행과 흩어져 병원에 분산 수용됐는데 연락할 길이 없어 여행사를 통해 겨우 연락이 닿았다”며 “아시아나의 초동대처가 미흡했다”고 비판했다.

함께 귀국한 40대 남성은 이마 왼쪽에 타박상을 입어 큰 반창고를 붙인 채 입국장에 들어섰다. 이 남성은 “대부분 탑승객들이 타박상을 많이 입은 것 같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짧게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인천공항 지하1층에 마련된 가족 쉼터는 조용한 분위기였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당초 탑승객 가족 6명이 출국 의사를 밝혔으나 현지에서 안부가 확인돼 출국하지 않겠다는 경우도 있었다”며 “현재 추가로 출국 의사를 밝히거나 가족 대기실을 찾은 사람들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사고 현장 확인과 조사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정기편(OZ214)을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다. 승무원 가족 1명과 탑승객 가족 2명도 이 항공편으로 미국으로 출국했다. 윤 사장은 10일 오전4시10분(현지시각 9일 낮12시10분) 현지에 도착해 정부기관 관계자와 외국 총영사 등을 면담할 예정이다. 윤 사장은 출국하는 탑승객 가족들이 언론 노출을 꺼리는 점을 감안해 공항 내 별도 공간에서 가족들을 위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사장은 출국 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굳은 표정으로 “같이 출국하는 가족들의 승무원과 탑승객은 병원에 입원하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괜찮다”며 “조속한 수습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한 뒤 출국길에 올랐다.

인천공항=김인완/박상익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