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보험료 年 10만원 사기 당한다…올들어 보험 범죄 20% 급증
경찰은 경기 파주에서 자동차 공업사를 운영하는 천모씨(50)를 올해 초 구속했다. 동네 선후배를 가해자와 피해자로 역할 분담시켜 교통사고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보험금을 받아낸 혐의다. 천씨는 이런 수법으로 6년 동안 총 49회에 걸쳐 8개 보험사에서 13억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보험사기가 늘고 있다. 10대와 60~70대의 가담이 급증하는 등 연령대도 넓어지고 있다. 수법도 조직화·지능화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올해 보험사기범이 10만명을 돌파해 총 5조원가량이 이들의 주머니로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9일 금융감독원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범은 8만3181명으로 전년(7만2333명)보다 15% 늘었다. 올 들어서도 증가세는 가파르다. 지난 상반기 중 금감원이 ‘사기 혐의가 짙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보험사기 금액은 991억원으로 전년 동기(577억원)에 비해 71% 급증했다. 매년 30% 안팎에 달하던 보험사기 증가율은 2011년 4.5%로 주춤하다 작년부터 큰 폭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도 20% 이상 늘어나 10만명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추산이다. 500명당 1명이 보험사기에 관여하는 셈이다.

범죄 연령대도 10대와 노년층으로 넓어지고 있다. 작년에 보험사기로 붙잡힌 10대는 1562명으로 한 해 전(952명)보다 64.1% 늘었다. 연령대별 증가율에서도 최고다. 10대 증가율은 2011년에도 62.5%에 달해 2년 연속 급증세다.

노인들의 가세도 새로운 현상이다. 70대 이상 노년층의 보험사기 증가율은 지난해 28.1%로 10대에 이어 2위다. 60대 증가율이 20.2%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조직화·흉포화 양상도 뚜렷하다. 정부 합동 보험범죄 전담대책반 조사 결과 지난해 20명 이상이 연루된 보험사기 건수는 전체의 4%에 달했다. 허창언 금감원 부원장보는 “10대와 고령층의 가세는 보험사기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 중임을 뜻한다”고 우려했다.

보험사기로 인해 새나가는 보험금도 올해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 1인당 약 10만원, 가구당 27만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은 “보험사기를 막으면 내는 보험료가 적어질 뿐만 아니라 적자가 쌓이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을 튼튼히 해 복지 재원 누수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광엽/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