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 잘 만들었네요" >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3 내 일 행복 자활박람회’ 개회식에 참석한 후 행복자전거 서비스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자전거 잘 만들었네요" >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3 내 일 행복 자활박람회’ 개회식에 참석한 후 행복자전거 서비스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도중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취득세 인하’를 놓고 부처 간 협업을 강조한 대목에서다. 박 대통령은 최근 주택 취득세율 인하를 놓고 국토교통부와 안전행정부가 갈등을 빚은 것을 예로 들며 “부처 간 이견만 노출돼 국민이 혼란스럽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는 표정도 굳어졌다고 한다.

이어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취득세율 인하를 놓고 갈등을 보인 부처들과 이를 조율하지 못한 부총리에 대한 질타였다고 청와대 한 관계자는 전했다.

○취득세 갈등 어떻길래

국토부와 안행부 간 취득세율 인하 갈등은 이달 들어 불거졌다. 취득세율 한시 감면 조치가 지난달 말 종료되면서 주택 거래가 급격히 줄어드는 이른바 ‘거래 절벽’이 예상되자 국토부는 거래 활성화 등을 이유로 취득세율을 △9억원 이하 주택은 2%→1% △9억원 초과~12억원 이하는 4%→2% △12억원 초과는 4%→3%로 영구히 낮출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부족을 걱정하는 안행부는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국토부와 안행부 간 갈등에 건설업계와 지자체까지 가담해 상황이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다. 건설경기 부진으로 경영난에 처한 업계는 취득세율 영구 인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지자체들은 결사 반대하고 나섰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이날 공동성명서를 내고 “취득세는 지방정부 세수의 약 40%를 차지하는 주요 세원”이라며 취득세율 인하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부총리에게 대책 마련 지시

박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현 부총리에게 대책 마련을 지시한 만큼 정부는 조만간 머리를 맞대고 조정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필요할 경우 취득세율 인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당·정·청 회의도 가동할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취득세율을 낮출 경우 지방세수 부족분을 어떻게 메울지, 그 방법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취득세율을 절반으로 낮추면 연간 2조7000억원가량 지방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차제에 국세와 지방세 구조 전체를 들여다보면서 손질할 부분이 있는지도 검토하겠다”며 “취득세 부족분을 국세에서 어느 정도로, 어떤 방식으로 떼줄 것인지 문제뿐 아니라 지방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세(재산세와 취득세 등) 구조를 손질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거래세(취득세)를 낮추는 대신 보유세(재산세)를 크게 높여 세수 부족을 보완하는 방안을 예로 들었다.

그는 “지자체의 항구적인 세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유아 보육료에 대한 국세 지원, 부가가치세에서 일정 부분을 떼서 지원하는 지방소비세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처 고민은 제각각

하지만 소관 부처들의 이해가 제각각인 만큼 뚜렷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자체 세수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만큼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기재부 역시 취득세율 인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뾰족한 지방 세수 보전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도 취득세 인하로 지방 세수 부족이 발생하면 매번 국고에서 메워주는 방법을 썼다. 그 액수가 누적으로 4조원에 달한다.

취득세 인하에 따른 세수 보전을 위해 재산세율을 대폭 높이는 데 대해 지자체와 안행부는 반대하고 있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재산세율을 높이면 주택 구매 욕구를 위축시켜 주택 거래 감소와 전·월세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종태/문혜정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