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도 '수출 전사' 로
대형 쓰나미, 지진 등 자연재해에 희생된 수백, 수천명의 사망자 신원을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는 대형재해 신원확인 시스템(MIM)이 동남아시아 각국에 보급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9일 태국·인도네시아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각국에 최적화된 대형재해 신원확인 프로그램을 개발해 국가당 3000만원에 보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非)서구 국가가 신원확인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IM이란 지진·폭발을 비롯 항공기 추락 등 대형재해 발생 때 희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이다. 시신에서 채취한 유전자(DNA) 및 지문, 치아 등을 유족의 DNA, 사망자의 생전 의료기록 등과 대조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엑셀을 활용해 ‘100% 수작업’으로 진행했지만 MIM이 개발되면서 수백~수천명에 달하는 사망자의 정보를 유족의 정보와 비교·대조해 가장 연관성이 높은 순서대로 조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MIM에는 희생자의 유골을 분석해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기능도 포함됐다.

MIM 개발을 주도한 정낙은 국과수 수석법의관(사진)은 “제주공항에서 2007년 발견된 4·3사건 희생자들의 유골과 서울 대학로에서 2009년 감식했던 집단 매장 유골 등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한 기술”이라며 “수십년의 세월이 흘러 백골이 돼버린 유골도 신원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회원국들이 현재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2004년 덴마크에서 개발한 ‘DVI인터내셔널’이다. 이 프로그램은 같은 해 발생한 쓰나미 참사 때 활용됐다. 사망자 1만~2만명 수준의 초대형 재해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이지만 개당 가격이 1억5000만원에서 3억원 수준인 데다 컴퓨터 수십대를 하나로 연결해야 하는 게 단점으로 꼽혔다.

MIM은 이 같은 단점을 보완, 사망자 50~200명에 최적화하고 노트북 3대만 있으면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다. 정 수석법의관은 “공적개발원조(ODA) 방식으로 각국에 보급할 계획인데 국가당 3000만원이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