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언급된 '순례의 해' 음반 1천장 넘게 팔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새 장편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출간과 동시에 서점가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책에 등장하는 리스트 음악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7일 유니버설뮤직코리아에 따르면 책 속에서 주요 소재로 사용되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라자르 베르만의 '리스트-순례의 해' 음반은 발매 11일 만에(7월 5일 기준) 약 1천200장이 팔렸다.

이 음반은 과거 수입으로만 발매되고서 절판된 상태였지만, 하루키 열풍에 힘입어 지난달 25일 국내 라이선스로 발매됐다.

일본에서도 소설 내용이 공개된 직후 해당 음반이 품절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바 있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 관계자는 "책이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상당히 많이 팔리고 있어 내부적으로도 놀라는 상황"이라며 "책을 다 읽은 독자들이 많아질수록 음반 판매도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음반은 리스트가 유부녀 마리 다구 백작부인과 스위스와 이탈리아 등지로 사랑의 도피 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느낀 감상과 풍경, 그 고장과 관계있는 문학 작품 등을 바탕으로 작곡한 피아노 소곡집이다.

총 26곡으로 구성됐다.

무려 40년이 넘는 세월을 거쳐 탄생한 작품으로 '초절 기교', '악마적 사운드'와 같은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리스트의 다른 곡들과 달리 시적인 정서와 명상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선율이 인상적이다.

이 중 소설 속에서 가장 중요하게 사용되는 곡은 '향수(Le mal du pays )'라는 곡이다.

"연주를 부탁하면 그녀는 그 곡을 치곤 했다.

'르 말 뒤 페이'. 전원 풍경이 마음에 불러일으키는 영문 모를 슬픔. 향수, 또는 멜랑콜리" 같은 구절이 등장한다.

주인공 쓰쿠루는 격렬한 상처로 남은 과거 사건과 그와 관련된 옛 친구들을 찾아 떠나는 여정 속에서 이 곡을 통해 기억을 끊임없이 재생시킨다.

음악 애호가로 알려진 하루키는 이번 소설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클래식 음악을 주요 소재로 삼아 해당 음악을 새롭게 주목받게 했다.

전작 '1Q84'에서는 주제곡처럼 사용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를 비롯해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비발디의 플루트 협주곡 제4번,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이 쓰였다.

'상실의 시대'에서는 브람스의 교향곡 제4번이, '해변의 카프카'에서는 베토벤의 피아노 3중주 '대공' 등이 등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