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 실패와 이슬람식 통치 강화로 국민과 불화를 빚은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이를 지지하는 군부의 개입으로 집권 1년 만에 권좌에서 쫓겨났다.

이집트 군부는 야권과 협의해 대통령 선거와 총선을 다시 치르기로 했다.

압델 파타 엘 시시 이집트 국방장관은 3일 오후 9시(현지시간) 국영TV 생중계 연설을 통해 “현행 헌법 효력을 중지시키고 조기 대선과 총선을 치르겠다”며 무르시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또 아들리 알 만수르 헌법재판소 소장을 과도 기간의 임시 대통령으로 임명했다. 반정부 시위의 본거지인 수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는 수십만명의 시민이 몰려 축포를 쏘며 환호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카이로의 국방부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BC는 “무르시 대통령과 무슬림형제단의 주요 인사들에 대한 출국금지령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인 알 아흐람은 이집트 경찰이 무슬림형제단 간부 300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보도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선출된 대통령이다. 군의 발표는 쿠데타”라고 강력 반발했다. 무르시를 지지하는 시위대도 “계속 집회를 가질 것”이라며 투쟁을 선언했다. CNN은 “이슬람근본주의 세력인 무슬림형제단 지지층이 이집트 국민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