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대형마트 강제휴무, 누가 행복해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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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경제 포퓰리즘 입법에 시장참여자 모두가 패자로 전락
장기불황의 위험 알기나 하는지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장기불황의 위험 알기나 하는지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마트에 도착해서야 강제휴무일이라는 것을 알고 헛걸음을 친 적이 있는지.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머릿속에 마트 휴무일까지 넣고 다니다가, 그것마저 깜빡했다면 기분이 오죽했겠는가. 다시는 일요일에 마트에 오나 봐라, 남는 것은 심술궂은 다짐뿐이다. 강제휴무일이 아닌 일요일에도 대형 마트 매출이 예전 같지 않은 한 가지 이유라니, 웃을 수만도 없는 일이다.
대형마트의 일요일 매출은 평일의 2.5배에 이른다. 한 달에 이틀은 그 매출이 통째로 사라지고, 남은 두세 번의 일요일 매출도 덩달아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대형마트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지 벌써 1년이다. 한 달에 10% 넘게 매출이 감소하는 경우도 있다니, 강제휴무 조치로 연간 두 달치 매출은 족히 날아갔다는 마트의 하소연이 결코 엄살은 아닌 듯싶다.
마트가 그 지경인데 납품업체들이 멀쩡할 리 없다. 식품 의류 잡화 생활용품 등 마트에 물건을 대는 업체라면 모두가 아우성이다. 먹거리 매출까지 5~10% 줄었다면 할 말 다했다. 열 사람 가운데 두 명 정도는 대형마트가 문을 닫을 때 구매를 포기한다니, 소비가 그대로 허공으로 증발해버리고 있는 것이다. 최악의 경기가 더 악화되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마트 납품업체의 92~93%가 중소기업이라는 점이다. 매출이 줄었다고 당장 마트나 대형 식품회사부터 망하겠는가. 영세 납품업체부터 죽어 나간다. 한계선상에 있던 영세기업은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할 수 없다며 납품권을 반납하고, 마트 수탁 농가는 납품 물량이 갈수록 줄어들어 밭을 갈아엎는다고 한다. 이게 무슨 일인가
재래시장이라도 재미를 본다면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다. 달라진 게 없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일요일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정부 조사에서도 마트 강제휴무 때 재래시장 매출이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지 않았는가. 반사이익은 편의점과 전자상거래업체들이 누린다. 재래시장이 여전히 일요일에 문을 닫는 이유다.
대형마트 강제휴무의 정책목표는 골목상권 보호다. 그런데 정책목표는 온데간데없다. 마트는 다치고, 중소기업은 죽어 나가고, 농민들은 제 밭을 갈아엎는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마트 정책만이 아니다. 재벌 빵집이 사라졌다고 동네 빵집이 흥했는가, 대기업이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사업에서 떠났다고 중소기업이 좋아졌는가. 빵집은 중견 대기업이 넘겨받았고, MRO 시장에서는 외국계만 신이 났다. 소비자들의 선택 폭만 줄어들었고,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은 오히려 사정이 나빠졌다. 경제민주화라는 듣도 보도 못한 비이성적인 정책의 결과가 모두 이 모양이다.
기업을 벌거벗고 도와줘도 시원치 않은 상황이다. 건설업체들은 수주절벽과 거래절벽을 만나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100대 건설업체 가운데 21곳이 부실기업 명단에 들었다면 할 말 다했다. 해운사 조선사들도 빈사상태이고, 화학 전자 기계업종도 엉망이다. 구조조정 대상 30개 대기업의 살생부가 나온다는 소식에 재계는 이미 초긴장 상태다.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그나마 경기를 지탱하고 있다지만 해외부문이 괜찮을 뿐 국내부문은 역시 엉망이다.
고착화되고 있는 저성장에 벌써 8개월째 1%대 저물가다. 설비투자는 두 자릿수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디플레 상태에 진입했다는 분석과 함께 일본식 장기불황 그림자가 우리 경제를 뒤덮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과 정부는 여전히 기업만 옥죌 뿐이다. 올해 새로 등장한 기업 관련 규제가 무려 900여건이다. 정치권은 연일 경제민주화 관련법 처리에 분주하다. 여야가 따로 없다. 엊그제도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을 비롯한 경제민주화 관련법이 무더기로 국회를 통과했다. 기업의 투자에 가장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바로 그 법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누가 투자를 하고, 누가 채용에 나서겠는가. 잠재성장력은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정치권은 그런데도 대기업이 돈만 쌓아 놓고 투자와 채용에 나서지 않는다며 매질이다.
경제민주화라는 메스로 경제의 심장을 도려내야 속이 시원하겠다는 정치권이다. 어디까지 가야 이 광란의 열차가 멈춰서게 될지, 답답한 노릇이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대형마트의 일요일 매출은 평일의 2.5배에 이른다. 한 달에 이틀은 그 매출이 통째로 사라지고, 남은 두세 번의 일요일 매출도 덩달아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대형마트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지 벌써 1년이다. 한 달에 10% 넘게 매출이 감소하는 경우도 있다니, 강제휴무 조치로 연간 두 달치 매출은 족히 날아갔다는 마트의 하소연이 결코 엄살은 아닌 듯싶다.
마트가 그 지경인데 납품업체들이 멀쩡할 리 없다. 식품 의류 잡화 생활용품 등 마트에 물건을 대는 업체라면 모두가 아우성이다. 먹거리 매출까지 5~10% 줄었다면 할 말 다했다. 열 사람 가운데 두 명 정도는 대형마트가 문을 닫을 때 구매를 포기한다니, 소비가 그대로 허공으로 증발해버리고 있는 것이다. 최악의 경기가 더 악화되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마트 납품업체의 92~93%가 중소기업이라는 점이다. 매출이 줄었다고 당장 마트나 대형 식품회사부터 망하겠는가. 영세 납품업체부터 죽어 나간다. 한계선상에 있던 영세기업은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할 수 없다며 납품권을 반납하고, 마트 수탁 농가는 납품 물량이 갈수록 줄어들어 밭을 갈아엎는다고 한다. 이게 무슨 일인가
재래시장이라도 재미를 본다면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다. 달라진 게 없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일요일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정부 조사에서도 마트 강제휴무 때 재래시장 매출이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지 않았는가. 반사이익은 편의점과 전자상거래업체들이 누린다. 재래시장이 여전히 일요일에 문을 닫는 이유다.
대형마트 강제휴무의 정책목표는 골목상권 보호다. 그런데 정책목표는 온데간데없다. 마트는 다치고, 중소기업은 죽어 나가고, 농민들은 제 밭을 갈아엎는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마트 정책만이 아니다. 재벌 빵집이 사라졌다고 동네 빵집이 흥했는가, 대기업이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사업에서 떠났다고 중소기업이 좋아졌는가. 빵집은 중견 대기업이 넘겨받았고, MRO 시장에서는 외국계만 신이 났다. 소비자들의 선택 폭만 줄어들었고,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은 오히려 사정이 나빠졌다. 경제민주화라는 듣도 보도 못한 비이성적인 정책의 결과가 모두 이 모양이다.
기업을 벌거벗고 도와줘도 시원치 않은 상황이다. 건설업체들은 수주절벽과 거래절벽을 만나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100대 건설업체 가운데 21곳이 부실기업 명단에 들었다면 할 말 다했다. 해운사 조선사들도 빈사상태이고, 화학 전자 기계업종도 엉망이다. 구조조정 대상 30개 대기업의 살생부가 나온다는 소식에 재계는 이미 초긴장 상태다.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그나마 경기를 지탱하고 있다지만 해외부문이 괜찮을 뿐 국내부문은 역시 엉망이다.
고착화되고 있는 저성장에 벌써 8개월째 1%대 저물가다. 설비투자는 두 자릿수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디플레 상태에 진입했다는 분석과 함께 일본식 장기불황 그림자가 우리 경제를 뒤덮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과 정부는 여전히 기업만 옥죌 뿐이다. 올해 새로 등장한 기업 관련 규제가 무려 900여건이다. 정치권은 연일 경제민주화 관련법 처리에 분주하다. 여야가 따로 없다. 엊그제도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을 비롯한 경제민주화 관련법이 무더기로 국회를 통과했다. 기업의 투자에 가장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바로 그 법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누가 투자를 하고, 누가 채용에 나서겠는가. 잠재성장력은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정치권은 그런데도 대기업이 돈만 쌓아 놓고 투자와 채용에 나서지 않는다며 매질이다.
경제민주화라는 메스로 경제의 심장을 도려내야 속이 시원하겠다는 정치권이다. 어디까지 가야 이 광란의 열차가 멈춰서게 될지, 답답한 노릇이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