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화 나누는 장관들 >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왼쪽)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1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대화 나누는 장관들 >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왼쪽)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1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안전행정부가 1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정치권과 정부 내에서 거론되고 있는 취득세 영구 인하 방침을 정면 반박했다. 취득세율 영구 인하가 지방재정에 미칠 악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30일 취득세 감면 종료로 주택시장의 ‘거래 절벽’과 그로 인한 건설업계의 경영난이 우려되는 긴박한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정부가 부처 협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불협화음을 빚고 있어 시장과 관련 산업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취득세율 인하 놓고 '갑론을박'…국토부 "감세로 부동산 부양"…안행부 "영구 인하 안된다"

○“취득세 인하하면 지자체 펄펄 뛸 것”

이주석 안행부 지방재정세제실장은 “취득세율 영구 인하가 필요하다”는 서승환 국토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매우 앞서간 것으로 주무부처가 아닌 쪽에서 이런 얘기가 나와 걱정스럽다”고 반발했다. 그는 “지난달 7일 4·1부동산 후속조치 관련 4차 당·정·청 정책협의회에서 올해 하반기에 취득세율 감면 연장을 하지 않기로 한 게 정부의 마지막 공식 입장”이라고 못박았다.

최근 정치권과 국토부 중심으로 취득세율 영구 인하 요구가 나오자 안행부가 미리 선을 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취득세가 광역 지방자치단체 세수의 25.7%를 차지하는 가운데 취득세율을 영구 인하하면 지방재정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안행부 설명이다. 이 실장은 “취득세율 인하는 지방세제 근간을 뒤흔드는 것으로, 지자체가 펄펄 뛸 것”이라며 “지방재정 보전 방안이 선행돼야 취득세율 인하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실장은 “주택소유자가 1400만명, 토지소유자는 1000만명인데 재산세율이나 과표에 변화를 준다면 극렬한 조세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취득세율 인하에 따른 지방세수 보전은 국세와 지방세의 세목을 바꾸는 등의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 놓고 정부 간 불협화음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취득세율 인하를 위해서는 지방 세수 보전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은 국토부도 같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이달부터 안행부, 기재부 등과 취득세율 인하를 공식 논의할 계획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취득세율을 낮추되 재산세 과표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 등의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취득세율 인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지방세수를 보전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취득세 기본세율을 올해 상반기 한시감면 수준으로 영구적으로 낮추면 줄어드는 취득세는 연간 2조7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이 돈은 중앙정부가 국고에서 메워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금까지 2011년 3·22대책, 지난해 9·10대책에 이어 올해 1~6월 주택 취득세를 감면하면서 지방세수 감소액 각각 2조3293억원, 8702억원, 약 1조원 등 총 4조원 이상을 보전해준 바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취득세율 인하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 향후 관련 논의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취득세 감면 시한이 종료됨에 따라 취득세율이 최대 4%까지 급상승, ‘거래 절벽’ 가능성이 높다”며 “취득세율 자체를 인하하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장 이달부터 거래 급감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취득세율 인하가 시급하다”며 “세수 부족 문제는 세목 조정 등 부동산 세제를 개편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민/안정락/주용석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