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엇갈린 상반기 글로벌 시장] 출구전략에 BRICS 주가 직격탄…아프리카·중동 '새 시장' 부상
‘프런티어 마켓 약진, 선진국 선전, 아시아 남미의 신흥국 참패.’

올 상반기 세계 주식시장 성적표다. 한국경제신문이 30일 국제 거래가 활발한 세계 74개국의 올해 개장일부터 6월28일 종가까지 주식시장(주요 증시 기준) 등락률을 집계한 결과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케냐, 아시아의 베트남 파키스탄 등 주요 프런티어 마켓은 성장잠재력이 주목받으며 20%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를 비롯한 신흥국 시장은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양적완화(QE) 출구전략 계획 발표 이후 해외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전반적으로 올 상반기 세계 주식시장은 4월께까지 꾸준히 오르다가 Fed의 출구전략 발표 이후 급락하는 ‘역U자형’ 구조를 그렸다.

◆상반기 승자 프런티어 마켓

지역별로 보면 상반기 주식시장의 ‘핫플레이스’는 아프리카, 중동이었다. 대륙별로 각각 평균 11.4%, 9.6% 상승했다. 아프리카에선 나이지리아가 28.91%, 케냐가 21.73%로 상승을 주도했다. 중동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시장이 연초 대비 30% 이상 급등했다.

아프리카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2000년 400달러였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1600달러 선까지 올라갔다. 인구도 같은 기간 1억1000만명에서 1억6500만명으로 늘었다. 특히 14세 이하 젊은 인구가 40%에 달할 정도로 젊은 국가다. 삼성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의 도시화율은 1980년 28%에서 2010년 40%까지 올랐고, 2025년엔 47.2%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가 젊고 도시화가 빠르게 진전된다는 건 내수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중동은 대대적인 정부의 ‘돈 풀기’로 인한 내수확대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리즈 마틴 HSBC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아랍의 봄 이후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가라앉히기 위해 정부가 오일머니를 풀어 산업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프런티어 마켓들의 성장세도 주목된다. 파키스탄과 베트남이 각각 24.58%, 15.01% 올랐다. 과거 수년간은 투기성 자본들이 몰려 있었지만 지난해부터는 경제성장률에 주목한 장기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시장이 상향 안정세를 그리고 있다는 평가다.

데이비드 아셀로프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프런티어 마켓은 최근 정치 리스크가 개선되면서 성장 잠재력이 부각되고 있다”며 “장기적 거시경제 성장을 바라보고 분산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흔들리는 BRICS, 하반기도 위태

한때 성장시장으로 주목받던 BRICS 등 신흥국 시장은 올 들어 하락세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시장이 올 들어 각각 24.13%, 19.08%, 0.94%, 12.83%, 1.63% 빠졌다.

Fed의 출구전략 계획 발표에 이들 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푼 값싼 돈이 가장 많이 몰렸던 곳이 BRICS 시장”이라며 “금융시장에 거품이 생기면서 주가만 올랐고 정작 정부는 ‘착시현상’에 빠져 중진국 단계에서 꼭 해야 하는 산업구조조정 등 개혁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결국 주식시장의 매력이 떨어지고 국가 경쟁력도 많이 나아지지 않다 보니 출구전략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며 “속도는 조금 완화되겠지만 하반기에도 하락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도 상반기 코스피지수가 8% 이상 빠지면서 조사 대상 74개국중 57위에 머물렀다.

◆선진국 선전

선진국들도 미국과 일본 시장이 각각 11.16%, 27.97% 상승하는 등 전반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보였다. 주요 8개국(G8)의 상반기 주식시장 평균 상승률은 약 5%다. 영국과 독일은 2~3% 정도 상승한 반면 재정위기에 시달리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각각 0.13%, -9.79%로 부진했다. 1분기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아베노믹스’ 등 양적완화 정책에 힘입어 꾸준히 상승했다. 반면 5월께부터 Fed의 출구전략 계획 발표, 아베노믹스에 대한 회의론 부상 등 악재에 유럽중앙은행(ECB)도 추가적인 부양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한편 상반기 세계 주식시장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국가는 베네수엘라였다. 무려 109.48%나 올랐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에도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국가였다. 폐쇄적 경제정책을 펼쳤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사망한 뒤 세계 최대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원유가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남윤선/박병종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