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미얀마 승부수' 13년…대우인터 '자원개발' 날개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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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대우인터내셔널
해외업체들이 포기했던 미얀마 가스전 상업생산 성공
연간 세전 이익 4000억원 예상
자원개발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
해외업체들이 포기했던 미얀마 가스전 상업생산 성공
연간 세전 이익 4000억원 예상
자원개발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
“공동 개발에 나섰던 인도 업체들은 가능성이 없다고 포기했지만 대우인터내셔널은 끝까지 해보겠다고 나섰습니다. 비용 등 리스크를 혼자 떠안고 던진 승부수가 성공한 것이 바로 미얀마 가스전입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 22일 미얀마 가스전에서 천연가스 상업 생산에 성공했다.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에 가스를 판매한다. 2000년 미얀마 정부로부터 석유와 가스 탐사권을 획득한 지 13년 만에 얻은 결실이다.
미얀마 가스전은 대우인터내셔널에 연간 3000억~4000억원의 세전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된다. 실패 직전까지 가는 위기를 극복하면서 한국 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의 가능성에도 포기는 없다
대우인터내셔널 가스전이 있는 미얀마 서부 해상은 1970년대 프랑스 일본 미국 등의 대형 석유회사들이 7개 탐사정을 시추하면서 원유와 가스를 찾으려 했지만 실패하고 결국 철수한 곳이다. 이후 20년 이상 글로벌 석유회사들은 이곳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우인터내셔널은 과거 탐사자료를 분석한 뒤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미얀마 북서부 해상 A-1 광구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2000년 8월 미얀마 정부와 원유 혹은 가스가 발견되면 어떻게 나눌지를 정하는 생산물분배계약(PSC·Production Sharing Contract)을 맺었다. 사전 조사를 거쳐 2002년부터 탐사에 본격 착수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유망 지역을 찾아내 2003년 말 탐사정 시추를 결정했다. 매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뚫고 들어가 가스를 찾아내면 됐다. 이때만 해도 직원들은 “고지가 멀지 않았다”며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자원개발은 그리 쉬운 게 아니었다. 상부의 3개 지층, 즉 3000m까지 뚫고 들어갔지만 가스전을 찾을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마지막 남은 층은 위에서 뚫고 내려갈 수도 없는 지층으로 구성돼 있었다.
유일한 방법은 A-1 광구에서 500m 떨어진 곳을 수직으로 파고 들어간 뒤 옆에서 지층을 뚫어 가스전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즉 ‘ㄴ형’의 측면 시추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시추에 함께 참여했던 인도 업체들은 “역시 미얀마 서부 해상에 가스는 없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3000m까지 내려가도 없는 가스가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고, 측면 시추의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었다. 인도 국영석유회사(ONGC)와 국영가스회사(GAIL)는 최종적으로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얀마 가스전 개발은 무위로 끝나는 듯했다.
○대우인터내셔널, 승부수를 던지다
대우인터내셔널도 투자비용을 모두 날린 채 손을 털고 나와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미얀마 현장에 있던 기술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단독으로 위험을 부담하더라도 마지막 남은 층까지 시추해보자고 경영진에 건의했다. 쉽지않은 결정이었지만 경영진은 기술자들을 믿기로 했다.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속히 측면 시추를 승인했다. 원래 미얀마 가스전 지분은 대우인터내셔널이 60%, 인도 ONGC와 GAIL이 각각 20%, 10%를 갖고 있었다. 단독 시추를 결정하면서 인도 업체들의 지분 30%도 대우인터내셔널이 떠안았다.
실패한다면 감당해야 할 부담은 엄청난 것이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04년 A-1광구에서 ‘쉐(Shwe)’ 가스전 탐사에 성공한 데 이어 2005년 ‘쉐퓨(Shwe Phyu)’ 가스전를 찾아냈다. 2006년 A-3광구에서 ‘미야(Mya)’ 가스전까지 발견했다. 측면 시추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던 외국 업체들은 그때서야 제발 자신들도 낄 수만 있게 해달라고 사정해왔다.
3개 가스전의 가채매장량은 약 1270억㎥(원유 환산시 약 8억배럴)로 추산된다. 한국 업체가 지난 30년간 해외에서 운영권자로서 직접 발견한 석유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매장량 인증을 거쳐 2008년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와 장기판매 계약을 맺어 향후 25~30년간 판로도 확보했다. 생산이 차질없이 이뤄진다면 가스전 가치는 4조~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에서 추가 자원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탐사권을 갖고 있는 AD-7 심해광구는 호주의 최대 석유개발회사인 우드사이드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자원개발전문회사로 변신에 성공하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은 국내에서도 숱한 회의적인 시선을 견뎌내야 했다. 10년도 넘게 진행된 프로젝트인 데다 해외 자원개발이 허망하게 끝나는 사례를 워낙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연간 3000억~4000억원의 순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실제 그렇게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겠느냐”는 불신이 만연했다.
그러나 상업 생산까지 성공하면서 이런 회의적인 시각이 바뀌고 있다. 가스전에서 생산한 가스를 중국에 판매하기 위한 육상 수송관 공사도 최근 마무리됐다. 실제 매출이 일어나는 일만 남은 것이다.
모회사인 포스코가 미얀마 가스전을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분리할 수 있다는 소문이 증권시장에서 나오는 것과 관련, 대우인터내셔널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미얀마 정부와 함께 추진하는 프로젝트이고, 중국 등과 이미 계약이 체결돼 있기 때문에 대우인터내셔널 외에 다른 기업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미얀마 가스전 상업 생산에 성공하면서 대우인터내셔널은 종합상사에서 자원개발 전문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해가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줬다.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은 “미얀마 가스전은 종합상사 특유의 승부사적 경영 판단과 끈기가 없었다면 성공하기 힘든 프로젝트였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 22일 미얀마 가스전에서 천연가스 상업 생산에 성공했다.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에 가스를 판매한다. 2000년 미얀마 정부로부터 석유와 가스 탐사권을 획득한 지 13년 만에 얻은 결실이다.
미얀마 가스전은 대우인터내셔널에 연간 3000억~4000억원의 세전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된다. 실패 직전까지 가는 위기를 극복하면서 한국 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의 가능성에도 포기는 없다
대우인터내셔널 가스전이 있는 미얀마 서부 해상은 1970년대 프랑스 일본 미국 등의 대형 석유회사들이 7개 탐사정을 시추하면서 원유와 가스를 찾으려 했지만 실패하고 결국 철수한 곳이다. 이후 20년 이상 글로벌 석유회사들은 이곳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우인터내셔널은 과거 탐사자료를 분석한 뒤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미얀마 북서부 해상 A-1 광구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2000년 8월 미얀마 정부와 원유 혹은 가스가 발견되면 어떻게 나눌지를 정하는 생산물분배계약(PSC·Production Sharing Contract)을 맺었다. 사전 조사를 거쳐 2002년부터 탐사에 본격 착수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유망 지역을 찾아내 2003년 말 탐사정 시추를 결정했다. 매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뚫고 들어가 가스를 찾아내면 됐다. 이때만 해도 직원들은 “고지가 멀지 않았다”며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자원개발은 그리 쉬운 게 아니었다. 상부의 3개 지층, 즉 3000m까지 뚫고 들어갔지만 가스전을 찾을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마지막 남은 층은 위에서 뚫고 내려갈 수도 없는 지층으로 구성돼 있었다.
유일한 방법은 A-1 광구에서 500m 떨어진 곳을 수직으로 파고 들어간 뒤 옆에서 지층을 뚫어 가스전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즉 ‘ㄴ형’의 측면 시추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시추에 함께 참여했던 인도 업체들은 “역시 미얀마 서부 해상에 가스는 없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3000m까지 내려가도 없는 가스가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고, 측면 시추의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었다. 인도 국영석유회사(ONGC)와 국영가스회사(GAIL)는 최종적으로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얀마 가스전 개발은 무위로 끝나는 듯했다.
○대우인터내셔널, 승부수를 던지다
대우인터내셔널도 투자비용을 모두 날린 채 손을 털고 나와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미얀마 현장에 있던 기술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단독으로 위험을 부담하더라도 마지막 남은 층까지 시추해보자고 경영진에 건의했다. 쉽지않은 결정이었지만 경영진은 기술자들을 믿기로 했다.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속히 측면 시추를 승인했다. 원래 미얀마 가스전 지분은 대우인터내셔널이 60%, 인도 ONGC와 GAIL이 각각 20%, 10%를 갖고 있었다. 단독 시추를 결정하면서 인도 업체들의 지분 30%도 대우인터내셔널이 떠안았다.
실패한다면 감당해야 할 부담은 엄청난 것이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04년 A-1광구에서 ‘쉐(Shwe)’ 가스전 탐사에 성공한 데 이어 2005년 ‘쉐퓨(Shwe Phyu)’ 가스전를 찾아냈다. 2006년 A-3광구에서 ‘미야(Mya)’ 가스전까지 발견했다. 측면 시추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던 외국 업체들은 그때서야 제발 자신들도 낄 수만 있게 해달라고 사정해왔다.
3개 가스전의 가채매장량은 약 1270억㎥(원유 환산시 약 8억배럴)로 추산된다. 한국 업체가 지난 30년간 해외에서 운영권자로서 직접 발견한 석유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매장량 인증을 거쳐 2008년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와 장기판매 계약을 맺어 향후 25~30년간 판로도 확보했다. 생산이 차질없이 이뤄진다면 가스전 가치는 4조~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에서 추가 자원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탐사권을 갖고 있는 AD-7 심해광구는 호주의 최대 석유개발회사인 우드사이드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자원개발전문회사로 변신에 성공하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은 국내에서도 숱한 회의적인 시선을 견뎌내야 했다. 10년도 넘게 진행된 프로젝트인 데다 해외 자원개발이 허망하게 끝나는 사례를 워낙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연간 3000억~4000억원의 순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실제 그렇게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겠느냐”는 불신이 만연했다.
그러나 상업 생산까지 성공하면서 이런 회의적인 시각이 바뀌고 있다. 가스전에서 생산한 가스를 중국에 판매하기 위한 육상 수송관 공사도 최근 마무리됐다. 실제 매출이 일어나는 일만 남은 것이다.
모회사인 포스코가 미얀마 가스전을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분리할 수 있다는 소문이 증권시장에서 나오는 것과 관련, 대우인터내셔널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미얀마 정부와 함께 추진하는 프로젝트이고, 중국 등과 이미 계약이 체결돼 있기 때문에 대우인터내셔널 외에 다른 기업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미얀마 가스전 상업 생산에 성공하면서 대우인터내셔널은 종합상사에서 자원개발 전문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해가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줬다.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은 “미얀마 가스전은 종합상사 특유의 승부사적 경영 판단과 끈기가 없었다면 성공하기 힘든 프로젝트였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