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27일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공동취재 1차 결과물 9번째 명단을 발표하고, 효성그룹 계열사인 '더 클래스 효성' 2대 주주인 김재훈씨가 2007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실체가 없는 유령회사)를 세웠다고 밝혔다.

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운 후 두 달 뒤인 2007년 12월 27일 '더 클래스 효성'의 2대주주가 됐다고 전했다. '더 클래스 효성'은 메르세데스-벤츠의 공식 수입업체다.

김씨가 유일한 이사로 있는 디베스트 파트너스라는 법인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23억원을 납부하고 더 클래스 효성의 지분 31.54%를 취득했다는 것. 현재 '더 클래스 효성'은 효성이 58.02%, 디베스트 파트너스가 31.54%, 조현준, 조현문, 조현상이 각각 3.48%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김씨는 "해외사업을 위해 골드만삭스 싱가포르 지점에 페이퍼 컴퍼니 명의에 계좌를 만들어 자금을 운영했지만, 이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국내로 자금을 들어온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뉴스타파는 그러나 김씨가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후 두 달 뒤인 2007년 12월 27일, '더 클래스 효성'에 유상증자를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분 34.15%를 취득해 2대 주주가 됐으며, 일반 투자자는 상상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조건으로 지분참여를 해 특혜를 받은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효성측과 김재훈씨는 "국내 한 법무법인의 의해 적법하게 진행된 투자였다"며 "당시 벤처 투자 관행으로 볼 때 특혜로 봐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는 "디베스트 파트너스는 실제 사무실도 없고 정직원도 없는 사실상 서류상의 회사"라며 "이에 대해 김재훈씨는 투자목적으로 만든 회사이기 때문에 별도의 직원을 둘 필요가 없었고, 사무실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불찰이라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효성은 김재훈씨가 만든 조세피난처 페이퍼 컴퍼니와 더 클래스 효성의 투자 과정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또 김병진 전 대림산업 회장과 배전갑 전 대림코퍼레이션 사장, 남용아 씨도 조세피난처 명단에 올렸다. 김 전 회장은 대림산업 회장과 대림엔지니어링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배 전 사장은 대림엔지니어링 상무와 대림코페레이션 사장, 서울은행 부행장을 지낸 대기업 임원 출신이다.

이들은 대림에서 퇴직한 이후 2001년 벤처기업 컨스트넷을 운영하면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웠으며, 남용아씨는 컨스트넷의 감사를 맡았다는 것.

배 전 사장은 "2000년대 초반, 인도네시아에서 투자 사업을 하면서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으나, 이후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더 이상 페이퍼 컴퍼니를 활용하지 않았고, 탈세 등의 불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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