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를 준독립기구로 격상시키되, 지금처럼 금융감독원 안에 두자는 태스크포스(TF)의 금융감독 체계 개편안이 사흘 만에 전면 재검토로 후퇴하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런 식으로 금융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도 누차 소비자 보호를 강조해왔고 인수위가 금소처 분리를 검토하기도 했다. 금융소비자 보호기구 설치안을 별도로 국회에 낸 민주당도 TF 개편안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 금소처의 독립기구화 가능성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금융소비자 보호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저축은행 사태를 비롯 키코(KIKO) 사태, 불완전 판매, 부당 가산금리, CD금리 담합 논란 등 소비자 보호이슈가 한둘이 아니었지만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해결책은 나와 본 적이 없다. 금소처 설치론이 나온 것은 금감원이 부실 감독에다 소비자 보호를 외면해왔던 데 따른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이런 배경에서 출발한 조직개편 논의가 금융위의 영역(제재권) 확대, 금감원의 조직분리 저지로 둔갑하고 말았으니 청와대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여야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금융위의 밥그릇 챙기기를 비난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금융감독 체계에 하나의 정답만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미국 영국 호주 등이 감독기능과 소비자 보호기능을 분리했거나 분리할 예정이지만, 독일 일본은 통합 감독체계를 고수하고 있다. 나라마다 사정이 모두 다른 탓이다. 분리하면 기관 간 혼선과 마찰이 필수적이고, 통합을 유지하면 소비자 보호가 건전성 감독에 묻히는 상충 문제가 생긴다.

문제는 관료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다. 대통령이 굳이 독립기구를 요구한 것도 최근 금융기관장 인사에서 드러난 관치금융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금융감독이 3원화(금융위, 금감원, 금소처)될 경우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알력이 더욱 심해져 금융회사들만 골탕 먹을 가능성도 크다.

더구나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정부의 파워가 커지고 있다. 관치 시어머니만 늘어나는 옥상옥이 돼선 곤란하다.